북한이 22일 잇따라 쏘아올린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에 대해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북은 7차 당대회 전인 지난 4월 중순을 시작으로 지난달 31일까지 4기의 무수단을 발사했지만 모두 얼마 날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러나 22일 발사한 5호 무수단이 150㎞를 날아간 데 이어 6호는 400㎞를 날아갔다. 특히 6호의 경우는 성패를 가늠하는 최소 비행거리(500㎞)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발사 각도를 올려 1000㎞를 넘는 고도(高度)까지 올라간 것으로 볼 때 성공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사거리 3000~4000㎞인 무수단은 북의 군사전략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의 발진 기지인 괌이나 오키나와를 타격권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 중부권은 스커드 B·C, 남한 남부와 일본 본토는 노동, 미 본토는 대포동이나 KN-08로 위협할 수 있지만 무수단은 한 번도 시험해보지 못한 무기 체계였다. 이번에 이 공백을 메워 이른바 '사거리별 미사일 세트'를 과시하겠다는 것이 북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부터 개발하고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더해지면 북은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모든 차원의 미사일을 보유하게 되고 우리는 그 위협에 이렇다 할 방비도 없이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다.

문제는 이런 도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2월 대륙간탄도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로 국제사회가 역대 최고 강도의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제재를 비웃고 어떤 경우에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국 이렇게 해서 핵보유 국가로 인정받고 미국을 상대로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제재의 고삐를 더 죄어가면서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북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 정부에 대해서도 좀 더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

북은 이번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결함을 보완한 뒤 다시 시험 발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은 한마디에 불과 며칠 만에 무수단을 쏘아대는 비이성적 모습을 또 한 번 드러냈다. 언제 무슨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당들은 국회 국방위 소집도 없이 통과의례성 논평 하나 내는 것으로 할 일 다 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 증시에서도 영국의 EU 이탈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주가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북의 미사일 기술 개발 속도보다 우리 사회의 이런 무사안일, 무관심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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