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웅담은 개인이 임의로 취득할 수 없으며, 반드시 김정일에게 진상해야 하는 특수품목이다. 사진은 북한 상품 홍보지 'Foreign Trade of DPRK'에 실린 웅담.

웅담과 산삼, 사향노루 배꼽은 북한 내에서 거래되는 자연산 물품 가운데 가장 고가로 꼽힌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신비한 약재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뇌졸중에 걸려 쓰러진 사람에게 사향노루배꼽에서 나오는 '사향'은 특효가 있어 나이든 당간부들은 비상약으로 조금씩 가지고 있다.

전국의 희귀품을 김정일에게 보내는 조직이 진상품조(組)다. '충성의 선물반'으로 불리는 진상품조는 각 시, 군 당의 조직부에서 직접 관할한다. 이들은 그 지방 최고의 심마니들과 사냥꾼들로 구성돼 희귀약재와 동물들을 전문적으로 키우거나 사냥한다. 북한 최고의 산삼고장인 양강도 김형직(옛 후창)군에는 충성의 선물반에 소속된 심마니들이 많다. 20g 이상의 산삼은 무조건 중앙으로 올라간다. 100년 이상 묵은 진귀한 산삼의 경우엔 둘레 1m, 깊이 1m의 땅을 통째로 함께 파서 올려보내기도 한다. 곰이나 돈(단비), 수달피, 물개와 같은 희귀동물들도 잡히면 중앙으로 직송한다.

불치의 병으로 죽어가던 고위 간부들이 김정일이 보내준 사향이나 웅담을 먹고 살아나 눈물을 흘리며 충성을 맹세한 사례는 공식 매체에도 자주 등장한다. 고위 간부뿐 아니라 지방의 이름 없는 관리도 김정일의 보내준 산삼을 먹고 크나큰 은혜를 입었다며 울먹인다. 군(軍) 사단장급 군인들에게는 매년 김정일로부터 산삼 한 뿌리씩 선물로 내려간다. 기타 고위간부들은 산삼과 웅담 등이 특별선물로 주어진다. 주민들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만수무강을 위해 이런 진품들을 발견 즉시 중앙으로 올려보내지만 김정일은 선심용으로 간부들에게 '하사'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살았던 함남 요덕지방에서도 주민들이 산삼을 캐면 군당으로 찾아가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한다"며 바치곤 했다. 한 번은 요덕군당 조직비서가 주민이 들고 온 산삼에 흠이 있다며 중앙에 올려보내지 않고 임의로 처리했다가 노동자로 좌천됐다. 주민들은 희귀 약재들을 바치면 충성심의 표현으로 인정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북한에서 돈있는 사람들은 진상품조에 부탁해 이러한 약재들을 구하기도 한다. 재일교포와 재중동포들의 북한방문이 잦아지면서 산삼이나 웅담과 같은 희귀약재들의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다. 장사가 활성화되면서 산삼이나 웅담 같은 것이 장마당에도 많이 흘러나온다고 한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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