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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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곳이었는데….'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한숨이다. 하긴 한 달 월급이 고작 8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생산성은 거의 우리 수준이다. 말까지 통한다. 그런들 어쩌랴. 이미 중단된 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 주말에는 총 5200억원 규모의 입주기업 지원 대책도 발표되었다. 중단에 따른 정부의 마무리 작업인 셈이다.

무릇 지난 일엔 아쉬움이 남는 법이지만, 돌이켜보면 개성공단 사업은 아쉬움투성이다.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공동 공단사업이니 시행착오야 당연했지만, 그래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것이다.


 

2007년 3월26일 북한 개성공단내 남한 시계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조선일보 DB[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07년 3월26일 북한 개성공단내 남한 시계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조선일보 DB[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개성공단은 노무현 정부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정부는 남북 경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의 활로라고도 했다. 그렇게 중요한 사업이었다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시범공장을 착공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첫 제품을 내놓을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가시적 성과가 급했더라도 차근차근 짚을 것은 짚었어야 했다. 예컨대 임금은 "종업원에게 직접 주어야 한다"고 남북이 합의했음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임금 직불을 초기부터 해왔더라면, 임금의 핵개발 전용 빌미를 아예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첫 생산물로 냄비를 만든 것도 아쉽다. 하나로 합쳐진 한민족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미래지향적인 제품이었더라면 개성공단의 이미지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고, 우리 국민의 개성공단 평가도 훨씬 높아져 전면 중단이라는 결정도 그만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5·24 조치'에서 개성공단을 예외로 했다. 남북경협의 상징적인 사업까지 중단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까닭도 있었지만, 북한에 시장경제를 가르치는 학습장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렇다면 개성 인근과의 임가공까지는 허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개성공단은 고용의 대가로 임금을 줄 뿐이다. 경영이 아니라 기능을 가르칠 뿐이다. 우리가 알려주고자 했던 시장경제 '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단가를 경쟁하며 품질과 납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임가공이야말로 중요한 교육이다. 개성공단에 생계를 의존하는 북한 주민의 수도 늘어난다. 그만큼 북한 경제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공단은 허용하면서 주변 임가공은 금지함으로써 정책의 효과를 스스로 반감시켰다.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됐던 도라산 전망대 등 '안보 관광'이 48일 만에 재개된 2월23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개성공단은 폐쇄된지 12일째 모습이다. /이명원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됐던 도라산 전망대 등 '안보 관광'이 48일 만에 재개된 2월23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개성공단은 폐쇄된지 12일째 모습이다. /이명원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선택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중단한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임금이 핵개발에 사용된다고 했지만,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도 지난 3년 동안은 핵개발 비용을 대준 셈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은 이해하면서도, 지나친 조치라는 아쉬움이 든다. 현물 지급 협상이라도 먼저 해보았더라면, 중단하더라도 기업들이 제품과 원부자재 일부라도 가지고 나온 후 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시작한 현대아산의 본래 계획은 2000만평이다. 분당 신도시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말 그 정도의 의지가 있었다면, 차라리 작게 여러 개를 하는 편이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입주기업도 아쉽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그동안 많은 기업이 큰돈을 벌었다. 물론 열심히 일한 결과이지만 정부 역할도 중요했다. 인프라 건설에는 재정이 지원됐다. 분양가는 크게 낮아졌고, 국민이 분양가의 일부를 부담한 결과가 되었다. '5·24 조치'는 정부가 경쟁자의 신규 진입을 막아준 셈이었다. 싼 임금을 유지해 온 정부의 협상력도 한몫을 했다. 그렇다면 커다란 기부도 하고, 재단을 만들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사업들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개성공단에 대한 여론도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정부도 쉽게 중단 조치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제는 끝, 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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