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박승준의 차이나 워치]

북한 김정은이 지난 9일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 마지막 날 회의에서 그동안 갖고 있던 ‘제1비서’ 칭호를 ‘위원장’으로 바꾸었다. 조선노동당은 1966년 2차 당대표자대회를 하면서 ‘위원장’ 자리를 없애고 ‘총비서’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번에 김정은이 차고앉은 ‘위원장’ 자리가 과거에 없어졌던 자리를 부활시킨 것인지, 새로 만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은 동시에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5명 가운데 1명으로 이름을 올리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견지했다. 김정은은 당정군의 요직 가운데 군 요직으로는 인민군 최고사령관 자리도 견지했으며, 행정부 조직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자리도 유지하고 있다.

그런 김정은에게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5월 9일 축전을 보내, 제7차 조선노동당 대표대회에서 당 위원장에 추대된 것을 축하했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개인 명의로 김정은에게 열렬한 축하를 보내며, 조선인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을 우두머리로 하는 조선노동당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사업에서 새로운 성취를 거둘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이번에 조선노동당 위원장 자리에 앉은 것은 중국공산당과의 당 대 당 관계에서 조직 체계를 비슷하게 함으로써 현재 최악의 상태에 떨어져 있는 상황을 다소 개선하려는 신호를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 자신이 당 위원장 자리에 앉음으로써 당 총서기 직함의 시진핑과 격을 맞추고, 정치국에도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조직명을 일치시킴으로써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현재 시진핑도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행정부 조직인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다. 이번 노동당 7차 대회 결과 김정은과 시진핑은 비슷한 직함들을 갖게 됐다.

그러나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은 그 헌법적 지위가 서로 비교할 만한 대상이 아니며, 조선노동당의 당 강령과 중국공산당의 당 강령 역시 서로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북한의 헌법 전문을 보자. 2010년 4월 9일에 개정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 전문’은 북한이라는 국가가 어떤 국가인지를 다음과 같이 규정해놓았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구현한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시며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이시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하시고 그 기치 밑에 항일혁명투쟁을 조직 령도하시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 조선인민은 조선노동당의 령도 밑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높이 모시며,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업적을 옹호 고수하고 계승 발전시켜 주체 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정하여 나갈 것이다.”

한마디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는 김일성이 만든, 김일성의 나라라는 것이 북한 사회주의 헌법 전문이다. 이에 비해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전문은 중국의 국가 성격에 대해 훨씬 이성적인 표현으로 규정해놓았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조선일보 DB[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조선일보 DB[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중국은 세계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 중 하나이다. 중국의 각 소수민족과 인민들은 빛나고 찬란한 문화를 공동으로 창조해왔으며, 영광스러운 혁명 전통을 함께 공유해왔다. 1840년 이후 봉건적인 중국은 점차로 반(半)식민지, 반(半)봉건적 국가로 변해왔다. 중국 인민들은 국가의 독립과 민족 해방, 민주와 자유를 위해 뒤를 이어 영용(英勇)한 분투를 해왔다. 20세기에 들어 중국에는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위대한 역사적 변혁이 발생했다. 1911년 손중산(孫中山·쑨원) 선생이 이끄는 신해혁명이 일어나 봉건 전제를 폐지하고 중화민국을 건국했다. 그러나 중국 인민들의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의 역사적 임무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을 영수(領袖)로 하는 중국공산당이 각 민족과 인민들을 이끌고 장기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해서 마침내 제국주의와 봉건주의, 관료 자본주의의 통치를 뒤집어엎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했다. 이때부터 중국 인민들은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고, 국가의 주인이 됐다.”

북한의 헌법 전문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김일성 동지가 세운 나라이며 김일성 동지의 사상을 구현하는 것이 국가의 목표”라고 규정해놓았지만, 중국의 헌법 전문은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이라는 국가는 쑨원과 마오쩌둥이 이끄는 장기적인 투쟁을 통해 탄생한 국가이며, 그 주인은 인민들”임을 분명히 규정해놓은 점에서 서로 많은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물론 중국 헌법도 헌법 전문에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영도를 인정함으로써 헌법에 특정 정당에 정치적 특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놓기는 했지만, 중국은 어디까지나 쑨원이나 마오쩌둥의 나라가 아니라 인민이 그 주인임을 명시해놓은 것이다.


 

중국 법원이 당보다 낮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기구도.(왼쪽)와 북한의 권력 기구도. /조선일보 DB[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중국 법원이 당보다 낮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기구도.(왼쪽)와 북한의 권력 기구도. /조선일보 DB[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노동당의 강령과 중국공산당의 강령 또한 그 기본 정신이 확연히 다르다. 조선노동당 규약 서문은 헌법 전문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김일성에서 시작해서 김일성으로 끝난다.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이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조선노동당의 창건자이시고, 당과 혁명을 백승의 한 길로 이끌어 오신 탁월한 영도자이시며 조선노동당과 조선 인민의 영원한 수령이시다.”

이에 비해 중국공산당의 강령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이성적이다. “중국공산당은 중국 노동자 계급의 선봉대이며 동시에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선봉대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사업을 이끄는 핵심이며, 중국의 선진생산력을 발전시키라는 요구를 대표하며, 중국의 선진 문화의 전진 방향을 대표한다.”

김정은의 조선노동당 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김정은을 초청하는 일이 전개될 수는 있겠지만,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은 최소한 바탕이 서로 다른 정당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노동당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김일성의 나라이므로, 앞으로도 김일성의 아들에서 손자, 증손자, 고손자로 이어가면서 세습 통치를 해도 아무도 이를 저지할 근거가 없는 나라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주간조선 2407호에서 발췌했습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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