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脫北은 사실" 공식 확인]

- 탈북자는 20대 女종업원 3명 안팎
시안 내 北식당 2곳 찾아가 "탈북 뉴스 났는데 여기냐" 묻자 종업원 "여긴 괜찮다"며 경계
엘리트층인 해외식당 종업원들, 黨대회 이후 또다시 탈북사건
北에 적잖은 충격 줄 가능성
 

북한 여종업원들이 탈북했다는 설이 나오는 중국 시안(西安)의 북한 식당 2곳은 24일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의 북한 식당 두 곳은 '평양은반관(平壤銀畔館)'이라는 같은 상호를 쓰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시내 서북쪽 고신특구(高新特區)에 있는 고신점에서 만난 중국인 남자 직원은 "북한 여종업원들이 달아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사실 없다. (시안에 있는) 두 곳 모두 북한 여종업원들이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쪽 고급 주택가에 있는 곡강점(曲江店)의 북한 여종업원도 "시안에 있는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이 탈출했다는 뉴스가 났는데 여기 아니냐"고 하자 "여기는 일없습니다(괜찮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또다시 탈북한 가운데 이들이 근무했던 지역에 대한 추정이 상하이·시안 등으로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이들이 탈출한 식당일 가능성이 크다고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이 지목한 상하이의 북한 음식점.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중국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또다시 탈북한 가운데 이들이 근무했던 지역에 대한 추정이 상하이·시안 등으로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이들이 탈출한 식당일 가능성이 크다고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이 지목한 상하이의 북한 음식점.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곡강점은 점심때 1층 홀이 텅 비어 있었다. 한복과 유니폼을 입은 5명의 북한 여종업원은 유일한 손님인 기자의 눈치를 보며 소곤거리다가, 감독자인 듯한 한 중년의 북한 여성이 홀로 나오자 입을 닫고 각자 위치로 흩어졌다. 이 식당의 계산대에는 중국인 여직원 2명이 있는데, 업무를 익힌 지 얼마 안 되는 신참인 듯했다. 이들은 손님이 주문하지 않은 메뉴를 계산에 포함하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 북한 여종업원이 "그건 손님이 안 시킨 메뉴"라며 타박하자 두 중국인 여성은 진땀을 흘렸다. "원래 계산대를 보던 직원이 바뀐 것이냐"고 묻자 북한 여종업원은 "여기 전에 와보셨느냐?"며 흠칫 놀라는 모습이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시안의 두 북한 식당은 룸 중심으로 영업하는 최고급 식당으로, 룸 메뉴는 1인당1000위안(약 18만원)짜리가 기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신특구에 있는 식당은 일반 손님을 받는 홀이 아예 없고, 30여개의 룸으로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신점은 현지 신문이 뽑은 '신흥 부자들이 좋아하는 식당' 1위에 올랐다고 한다. 현재 북한 종업원이 탈출한 중국의 식당이 어느 지역에 위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우리 정부는 중국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지난달 초에 이어 또다시 탈북했다는 정보에 대해 "사실이다"라고 공식 확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다만, 이들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은 선발 과정을 거쳐 보낸다"며 "선발된 계층으로 (북한 내) 중산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탈출한 종업원은 3명 안팎으로 모두 20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중국 닝보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이후 북한의 감시가 심해진 상황에서 북한 내 엘리트층으로 꼽히는 해외 식당 종업원이 또 탈출한 것은 체제 불안 요소가 커지는 상황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김정은 시대'를 선포한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북한 해외 종업원의 탈북 사건이 또 일어난 것은 북한 정권에도 적지 않은 충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 당 대회 전후로 해외 식당 종업원들의 잇따른 탈출은 지난 3월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북한 해외 식당이 경영난을 겪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7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따라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외국에 있는 북한 식당 20여 곳이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달 7일 입국한 탈북 종업원 A씨도 탈북 계기에 대해 "최근 대북 제재가 심해지면서 북한 체제에는 더는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서울로 탈출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인민무력부는 이날 오후 우리 정부에 또 전통문을 보내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의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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