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광물 수출 막고 국제 금융거래 중단시킨
유엔 對北 제재의 1차 성적표가 곧 나온다
'북핵 반대' 외쳐온 中이 금융 제재 동참 안하면 한반도 비핵화 물건너간다

 

박두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박두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한국 외교(外交)의 1차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다. 올 들어 우리 정부가 총력전을 펼쳐온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첫 결과가 공개된다. 석 달 전 채택된 유엔 안보리(安保理)의 대북 제재에 대한 각국의 이행 보고서 제출 시한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3월 초 2270호 결의(決議)를 내놨다. 북(北)이 올 들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에 대한 유엔 차원의 응징이었다. 북핵·미사일 관련 다섯 번째 제재다. 이번 제재안은 유독 산고(産苦)가 심했다. 대개 한 달이면 충분했던 안보리 결의 채택까지 57일이나 걸렸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던 것은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제재들이 포함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안보리 결의 2270호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북한산 석탄·철광석 등의 수출을 제한했고, 금·티타늄·희토류 수출은 전면 금지했다. 둘째는 금융 제재다. 이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들은 90일 이내에 북한 금융 기관과 그 지점 및 사무소들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 북한 정부·노동당의 해외 금융자산도 모두 동결(凍結)된다. 북한 내 외국 금융기관도 원칙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북한을 사실상 세계 어느 나라와도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끔 한 것이다.

북은 금융 제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고 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학습 효과' 때문이다. 미국은 2005년 9월 마카오에 있는 BDA 은행 계좌에 있는 북한 돈 2500만달러가량의 인출·송금을 막았다. 처음부터 북한 핵·미사일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었다. 북이 '수퍼노트'라 불리는 미국 100달러 지폐를 위조·유통한 혐의를 쫓다가 발견한 게 BDA 계좌였다. 북은 말 그대로 펄쩍 뛰었다. 북한 외무성이 "우리의 핏줄을 조이는 행위"라고 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BDA 제재가 없었다면 북이 2007년 서명한 북핵 폐기 2단계 계획 등을 담은 2·13 합의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합의로부터 한 달 후 미국은 BDA 제재를 풀어줬다.

이번 유엔 제재에는 BDA 때보다 더 강력한 장치들이 들어 있다. 관건은 모든 대북 제재가 늘 그랬듯 중국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 인사들은 '북핵 반대'와 '안보리 결의 전면 이행'을 거듭 다짐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북의 핵실험 때마다 그랬다. 중국은 한 번도 북의 핵개발에 찬성한다고 한 적이 없고,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중국의 태도에는 항상 커다란 물음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한 달여 전 우리 정부는 중·북(中·北) 교역 통계를 받아들고 난감해했다. 유엔 제재가 시작된 3월의 북·중 교역이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엔 제재 대상인 석탄을 비롯한 북의 광물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어제 발표된 중·북 4월 교역 통계를 받아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석탄을 비롯한 북의 대중 수출이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서다. 그렇다면 중국이 드디어 북의 핵 포기를 끌어내기 위해 북의 급소(急所)를 겨냥하기 시작한 것일까.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중·북 교역은 불투명함 그 자체다. 대표적인 예가 연간 50만t 안팎으로 추산되는 중국의 대북 원유 지원이다. 이 원유는 중국 단둥(丹東)에서 시작된 30여㎞의 송유관을 타고 평북의 봉화 화학 공장으로 보내진다. 2013년까지만 해도 이 원유 지원에 해당하는 5억~6억달러가 매년 중국 정부 공식 통계에 잡혔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2014년 1월부터 '0'으로 기록됐다. 원유 지원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송유관을 통해 대북 원유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일이다.

유엔 제재의 성공 여부는 중국이 대북 금융 제재에 동참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각종 위장 명칭을 내걸고 중국 내에서 활동 중인 북한 금융기관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입을 다물고 있어서다. 중·북 간에 이 뒷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한 북한 김정은 권력은 그럭저럭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뒷거래에 따른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된다.

이란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촘촘히 짜인 금융 제재였다. 금융거래가 중단된 지 3~4년 만에 이란은 핵 협상에 나섰다. 북에서 이런 변화가 이뤄지려면 북의 권력층이 제재의 고통을 직접 느껴야만 가능한 일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에 가장 많은 외교 자산(資産)을 투입한 것도 결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조만간 안보리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대북 금융 제재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 중국이 다시 한 번 '진실의 순간'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한국 외교의 성패, 더 나아가 한반도의 진로가 걸린 결정적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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