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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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인 2006년 평택 미군기지 조성 문제가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논란이 됐을 때 여러 차례 캠프 험프리스 지역을 취재했다. 당시 미국은 용산 기지는 물론 경기도 북부 지역 미 2사단 부대 대부분을 한강 이남인 평택 기지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미군이 한국에서 발을 빼려는 포석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평택 기지를 방문할 때마다 "미군이 정말 한반도에서 쉽게 철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60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새 숙소 등 20여개의 각종 빌딩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수하겠다면서 큰돈을 들여 새 건물을 지을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평택 기지는 10년간의 공사 끝에 현재 89%의 공정을 보이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엔 한미연합사를 제외하고 주한미군사령부, 미 8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 미 2사단사령부 등이 모두 옮겨와 주한미군의 두뇌이자 심장부 역할을 하게 된다. 잠실운동장의 10배에 달하는, 미 본토를 제외하고 해외 주둔 미 육군 기지 중 가장 큰 전략 기지가 탄생하게 된다. 최근 이 기지 내에 미 8군사령부 신축 건물이 완공돼 이번 주부터 사령부 요원들이 이동하기 시작한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패트리엇(PAC-3) 부대를 한국에 추가 배치했다고 2월 13일 밝혔다. 사진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둔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오산미군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모습.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패트리엇(PAC-3) 부대를 한국에 추가 배치했다고 2월 13일 밝혔다. 사진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둔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오산미군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모습.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평택 기지 건설과 용산 기지, 미 2사단 이전에는 줄잡아 16조~17조원의 돈이 든다. 이 중 우리가 부담하는 9조원가량을 제외한 7조~8조원이 미국 측 부담이다. 7조~8조원에는 우리가 내는 방위비 분담금도 포함돼 있지만 미 측도 수조원의 자기 돈을 들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위협'하고 나섰지만 평택 기지가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 어렵게 하는 현실적 장애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한국은 더구나 지난 2014년에만 70억달러의 미국 무기를 수입한 큰 고객이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집권한 뒤에도 한반도 안보 상황에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바닥 민심, 군심(軍心)을 잘 읽고 큰소리치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부터 미군 내에선 "한국은 경제 대국이 됐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아쉬울 때만 손을 벌린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 등으로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미 항모 전단, 전략폭격기 등의 파견을 요청해온 것을 꼬집는 말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이런 안보 비용에 대한 '고통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전면전 시 대규모 증원군을 파견하게 돼 있는 작전계획 5015도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국군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2020년대 중반 이후로 사실상 무기 연기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군 전환 시기를 앞당기자고 압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핵무장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재처리·농축 기술 보유를 통해 잠재력을 갖는 핵무장 선택권(Nuclear Option) 전략을 추진할 명분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풍을 일으킨 '트럼프 현상'을 해프닝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 본질을 꿰뚫어 보고 우리 안보에 끼칠 손익계산서를 냉철하게 따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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