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되었다던 리영길 전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합참의장)이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노동신문이 전한 바에 따르면 리영길은 지금 열리고 있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 9명 중 1명으로 선출됐다. 계급은 대장에서 상장(중장)으로 한 단계 강등되었지만 정치적 위상에는 결정적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리영길 처형 소식은 우리 정부가 언론에 먼저 알린 내용이었다. 통일부는 지난 2월 10일 통일부 출입기자들에게 이 소식을 공개적으로 전하면서 처형 시기는 2월 초라 했다. '종파(宗派)' 및 '세도·비리'라는 죄목까지 밝혔다. 이 소식이 국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다음 날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 보도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석 달 가까이 우리 정보 당국의 '헛다리'를 즐긴 셈이다.

북한 내부 사정은 사람을 통해 듣는 것이 많기 때문에 100% 정확할 수 없다. 사실 확인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오류가 거듭되면 공신력(公信力) 전체가 훼손돼 결정적인 순간에 나라가 큰 혼란·혼선에 빠질 수 있다. 통일부는 리영길 건재 사실이 확인된 10일 "정부 부처 간 정보 공유 차원에서 (리영길 처형) 자료를 받은 것"이라면서도 어디에서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 원천은 우리 정보 당국일 것이다. 정보 당국의 무능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불확실한 정보를 100% 사실로 믿는 정도라면 심각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의 역(逆)정보 장난에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엇하러 리영길 처형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렸는지도 의문이다. 북한 정보가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공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야 하는데 그런 절실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통일부가 그 소식을 기자들에게 알리기 직전에 정부는 개성공단 완전 철수를 발표했다. 만약 개성공단 철수 분위기 조성용으로 리영길 처형을 공개한 것이라면 어리석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철수의 불가피성엔 이미 국민 다수가 동의하고 있었다. 여기에 무엇을 덧붙일 이유가 없었다. 얕은수를 과하게 쓰면 반드시 화(禍)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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