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한·이란 정상회담 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응원한다"며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수교 54년 만에 처음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 중요성을 강조하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군사동맹 관계나 다름없던 나라다. 1998년과 2006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때 그 현장을 참관하는 이란 기술진이 확인된 적이 있었다. 북은 이란에 단거리미사일을 팔고, 이란은 북에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국제사회는 10여년 전부터 이런 두 나라의 관계에 '미사일 커넥션'이라는 말을 붙였다. 두 나라가 보유한 미사일 기술과 발달 단계가 쌍둥이처럼 닮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지난 1월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 다음 날 미 재무부가 북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도운 이란인 3명과 기업 8곳을 적시하며 이런 커넥션을 끊으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이란의 대통령이 북을 향해 '한반도의 변화'를 주문하고 '핵개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북과의 관계를 고려해 조심스럽게 말했겠지만 내용적으로는 강렬한 메시지다. 이란 부통령도 얼마 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핵은 어떤 해결책도 될 수 없다"며 그런 생각을 국제사회에 알렸기 때문에 미국 등과의 협상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생각을 바꾸면 북에도 길이 열린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란이 앞으로 이 커넥션 단절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난달 북측 파트너로 알려진 조선광업무역개발회사 사람들이 비밀리에 이란을 다녀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 해도 이란마저 북과의 '미사일 거래'를 끊거나 조금씩 줄여가면 북은 그야말로 고립무원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북은 이란과 다르다. 북한 옆에는 생명줄을 연장시켜주는 중국이라는 존재가 있다. 이란은 불과 4~5년 전 한국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동참하면 무역보복을 할 것이라고 협박했던 나라다. 그랬던 이란이 핵을 포기하자마자 한국과 수십조원 규모 경제협력의 길을 열고 있다. 북한이 생각만 바꾸면 이란에 들어갈 한국 자본이 북으로 향할 수 있다. 북은 로하니 대통령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뼛속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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