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뉴욕 갔지만 대화 좌절
'北·美 메신저 역할' 기대하며 이란과 회담할 가능성 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 시각)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이 리수용 북한 외무상을 뉴욕 방문 기간에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뉴욕에 도착한 리수용〈사진〉 외무상과의 접촉 가능성을 미리 차단시킨 것이다. 21, 22일 이틀간 열리는 유엔의 실무 회의 참석이 리 외무상의 방미 목표지만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가 한창인 시점에, 유엔 총회 개막식도 아닌 회의에 리 외무상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미국과의 직접 접촉 여부가 관심을 끌어왔다.

리 외무상을 마중하기 위해 뉴욕 존F케네디 공항에 나온 주 유엔 북한대표부 조정남 서기관은 미국과의 대화 추진 여부를 묻는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지금 정세에서 미국과 대화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과 우회적으로라도 접촉할 필요성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북측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에 회람된 북한의 현 정세에 대한 입장을 담은 문건에서 '한반도 긴장의 주범은 미국', '핵은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용 무기'라는 등의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협상을 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커비 대변인은 미·북 간 대화를 위해서는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실질적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아직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또 다른 루트를 통해 미국과 간접 접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이란이 미·북 양국의 메신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리 외무상이 지난해 유엔 총회 개막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란과 양자접촉을 한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에도 양국의 회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19일 유엔본부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리 외무상과 만나 미국의 의견을 대신 전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21일 새벽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흰색 점선)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리수용은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기후변화협정 고위급 서명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YTN[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1일 새벽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흰색 점선)이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리수용은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기후변화협정 고위급 서명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YTN[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리 외무상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초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유엔에 온 것이어서 두 사람이 회담을 가질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반 총장 측은 이날까지도 리 외무상과의 면담 일정이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무산됐던 반 총장의 방북(訪北)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반 총장 측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리 외무상은 22일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에 참여하는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 서명에는 유엔이 주도하는 국제 협정 중 최대 규모인 160개국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 외무상은 2014년 9월 첫 뉴욕 방문 때 친북 성향의 교민들이 주최하는 환영 리셉션, 만찬 등에 참석했었지만 이번엔 교민 환영 행사도 예정된 게 없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일정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23일 뉴욕을 떠나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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