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25가 터진 지 꼭 50년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남북 해빙무드 탓인지, 50주년이 갖는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 금석지감(금석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회고록 몇 권이 나왔을 뿐, 이렇다 할 연구서 한 권 눈에 띄질 않는군요. 그나마 전쟁에 대한 사실적 기록이기보다는 개인의 감상적 영웅담에 그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 쪽 분위기는 다릅니다. 50주년을 맞아 6·25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Korean war’(한국전쟁)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543권의 책이 나옵니다. 이 중 올들어 출간됐거나 출간 예정인 책이 58권에 이릅니다. 6·25참전사와 회고록, 한국전쟁 사전(사전), 사진집, 학술연구서, 소설 등 다양합니다.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에 자극받은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이 중 참전 미 해병소위가 쓴‘The Coldest War’는 “(한국전쟁은) 37개월에 불과했지만, 10년간 베트남전에서 죽은 미군병사와 맞먹는 5만4246명이 희생됐다”고 적고 있습니다. ‘맥아더의 전쟁’(MacArthur’s War)이라는 책은 맥아더장군이 한국전에서 저지른 오판과 전략적 실수를 파헤치고 있지요. 특히‘브레이크아웃’(Breakout)은 1950년 겨울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까지 철수작전을 폈던 미 해병 1사단의‘장진호’전투를 생생히 묘사합니다. 이 책은 300명에 이르는 참전군인들의 증언을 기초로 하고 있는 점이 높이 살만 합니다.

학창시절 6·25가 되면 반공포스터 그리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6·25는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에서‘잊혀진 전쟁’이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요. 미 공화당은 최근 전당대회에서 새 정강을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침략에 맞서 미국인들이 피흘렸던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이‘잊혀진 전쟁’을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는 겁니다. /승인배기자·Books팀장·jane@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