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주말 선거 유세 도중 "북한이 일본과 싸우면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하겠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행운을 빈다. 알아서 잘 즐겨라(Good luck, folks. Enjoy yourself)"고 했다.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미치광이를 막으려고 미군 2만8000명을 휴전선에 배치하고 있다"며 "그런데 미국이 얻은 게 뭔가. 미국이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유세 초반부터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으로 매년 9000억원 이상을 이미 분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기되자 이를 "푼돈"이라고 일축하고 주한 미군 철수까지 언급했다. 얼마 전에는 "한·일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 핵무장을 원하는 시점이 올 것이고 일본이 핵무기를 갖는 게 미국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도 했다.
 트럼프 말대로라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NPT(핵확산금지조약)가 붕괴되고 한·미, 미·일 동맹이 종료된다. 이 경우 아마도 10~20년 안에 이슬람 극단주의자 손에 핵폭탄이 들어가고 동북아는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될 것이다. 트럼프의 말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언(虛言)임이 너무나 명백해 대응할 가치가 없었다. 그는 국제 안보를 한 번도 진지하게 공부한 적이 없고, 뒤늦게 공개한 그의 안보팀도 미국 언론으로부터 '잡동사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공화당 지도부도 이 이단아를 막지 못한다. 그만큼 미국 정치의 병리 현상이 심각하다. 물론 현재의 미국 여론 추이를 보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돼도 대통령으로 당선되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단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올해 내내 미 대륙을 누비면서 값싼 계산으로 외교와 안보, 세계 평화를 재단하는 포퓰리즘을 퍼뜨릴 것이다. 트럼프류가 미국 여론을 얼마나 오염시킬 것이며 이것이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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