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28일자 사설에서 "혁명의 길은 멀고 험하다. 풀뿌리를 씹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을 또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고난의 행군'은 1994년 김일성이 죽은 후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경제 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졌을 때 북 정권이 주민 희생을 강요하며 내놓은 구호다. 1996~2000년에 최소 수십만명, 최대 백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최근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하자 평양 주민들에게서 매달 1㎏씩 식량을 거두어 들이며 '식량 절약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닥칠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주민을 또 떼로 굶겨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장마당 효과로 아직은 식량과 생필품이 시중에 돌고 있다고 들린다. 하지만 5월 이후에는 제재에 따른 경제난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춘궁기 식량 부족과 함께 사재기, 물가 급등 같은 사회 혼란이 연이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권력 집단은 주민을 '노동력'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주민들 굶주림보다 정권 유지가 우선이다. 핵 개발 결과로 민생에 참극이 발생해 동요가 보이면 가차 없이 탄압하면서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등 자신들 일정표는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 인근에서 언제 국지 도발을 일으킬지 모른다.

3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등에서 미·중·일·러 등과 함께 북의 5차 핵실험에 대비한 대북 제재 강화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북이 5월 노동당 대회가 끝나면 갑자기 6자회담 재개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중국의 태도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북핵 문제가 중대한 갈림길에 있다는 경각심을 잠시도 늦추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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