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것이 방위산업 비리다. 국방부가 북한군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고성능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업체 로비를 받아 성능이 떨어지는 일반 방탄복 3만5000벌을 구입해 일선 부대에 지급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실험해보니 이 방탄복은 철갑탄에 여지없이 뚫렸다.

이 일을 주도한 육군 소장 출신 국방부 1급 간부는 그 대가로 자기 아내를 문제의 방산업체 계열사에 위장 취업시킨 후 월급을 타냈다. 또 육군 영관급 장교는 방탄복 성능 기준 등 관련 정보를 업체에 제공하고 5100만원을 받았고, 퇴직 후엔 아예 그 업체 이사로 들어갔다. 육사 교수도 허위 방탄 시험 성적서를 작성해주고 1억여 원을 받았다. 그 사람도 전역 후 이 회사 연구소장이 됐다. 현역 군인들이 방산업체 뒤를 봐주면서 뇌물·향응을 받고 전역 후엔 업체에 재취업해 후배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패턴이 그대로 되풀이됐다.

문제의 업체는 2011~2012년에도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 2000벌을 특전사령부에 납품했다가 적발됐던 업체다. 그런데도 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업체 뒤를 봐줬다. 군 조직이 얼마나 썩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우리 한 해 국방비는 북한의 1년 GDP와 비슷한 38조원이나 된다. 그러나 국방비가 아무리 많아도 2억원짜리 불량 함정 음파 탐지기를 41억원짜리인 양 둔갑시키는 식이면 깨진 독에 물 붓기일 따름이다. 이런 군대를 보며 국민은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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