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은 9일 "핵탄두를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며 "운반 로켓을 더 많이 만들어 미국보다 먼저 핵 타격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은 장거리 미사일에 핵(核)탄두를 장착하는 연구 사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그 핵심인 기폭 장치와 설계도도 공개했다.

북한이 과연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는지 아니면 대외적 과시를 위한 쇼를 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기폭 장치의 외양과 북의 공개 수준에 비춰볼 때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핵 관련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의 이날 발표는 미국에 대한 공개적 시위인 동시에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핵 위협이다. 장거리 핵탄두미사일 개발을 앞세워 미국과 뒷거래를 시도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핵 국면을 뒤집어보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만일 북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KN-08)용 소형 핵탄두(500㎏)를 개발했다면 그보다 사거리가 짧은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우리를 향해 언제 핵 미사일을 날릴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북은 최근 실제로 핵탄두 실전 배치와 선제 타격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다.

북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북의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 정부 당국은 면밀히 파악해 대응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북의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임박한 상태라면 안보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대북 미사일 요격체제나 킬체인(Kill Chain) 강화 정도로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예방성 정밀 타격과 지휘부 제거 작전까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북 핵미사일을 저지할 실효적 수단을 갖춰놓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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