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 25명의 중국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을 도운 탈북자 인권운동가 도희윤씨가 16일 당시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 許永翰기자 younghan@chosun.com

탈북자 25명의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을 도운 탈북자 인권운동가 4명 중 도희윤(都希侖·35)씨 등 2명이 지난 16일 오전 11시쯤 중국에서 귀국했다. 사건 하루 전인 13일부터 탈북자들과 합류한 도씨 등은 15시간 동안의 긴박했던 상황을 본지에 상세히 설명했다.

도씨 등은 이달 초 중국 옌볜(延邊)에 도착해 한 국내 인사로부터 대사관 진입계획을 들었다고 했다. 이 인사는 도씨 등에게 전화로 “6개월 전부터 외국 인권단체와 함께 준비한 일을 14일 결행한다”며 “13일 저녁 베이징의 한 식당으로 가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저녁 약속한 식당에 가니 탈북자 25명과 독일 폴러첸 박사를 포함한 외국인 ‘도우미’ 10여명이 와 있었다. 도우미 중엔 한국인들도 있었다. 서로 신상조차 묻지 않은 채 눈빛만으로 동지(同志)라는 것을 확인했다. 외국인들은 탈북자들에게 대사관 진입 후 대처 요령 등을 가르쳤고, 사건 직전 외국 언론에 미리 통보하는 계획도 논의했다.

약속된 만남이었지만, 탈북자들은 긴장한 표정들이었다. 불안 때문에 제대로 식사도 못했다. 1시간15분 동안 탈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2명의 소녀가 고아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도씨는 “서울에서 만나자”며 이들을 격려했다.

외국인 ‘도우미’들은 13일 밤까지 대사관 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25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노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었다. 한 외국인 봉사자가 “모자를 씌워 관광객으로 위장하자”고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그대로 실행됐다. 이들은 다음날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한 뒤 헤어졌다.

마침내 결행 예정일인 14일. 예정 시간보다 15분쯤 지난 오전 9시45분 탈북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고, 곧이어 스페인 대사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진입에 성공한 뒤 국내 인사에게 전화로 성공사실을 알렸다. 각국의 자원봉사자들은 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폴러첸 박사 외에 각기 비밀리에 자신들의 나라로 귀국했다. 국내 자원봉사자들은 오는 20일쯤 기자회견을 갖고 전말을 밝힐 예정이라고 도씨 등은 말했다.
/ 정리=金鳳基기자 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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