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탈북자들의 필리핀 출발, 서울 도착 날짜는 16일과 18일을 놓고 오락가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필리핀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크게 의식한 데서 비롯됐다. 2000년 북한과 수교한 필리핀 정부는 필리핀이 중국에서 추방된 탈북자들의 단골 기착지로 부상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15일 중국 정부가 만 하루 만에 주중(駐中)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의 ‘제3국 추방’을 결정하자, 필리핀은 한국 정부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에게 ‘안전한 임시 체류’를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필리핀 외무부는 체류 기한은 ‘중간 기착(transit point)’ 정도를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18일까지 체류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가 서울 도착 일자를 18일로까지 늘려잡으려고 한 것은, ‘중국 추방 다음날 서울로 올 경우,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필리핀 외무부는 15일 오후 7시 무렵 한국과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외신(外信) 등에 ‘16일 출국’을 흘리면서 기정사실화했고, 이날 오후 한때 “탈북자들이 16일 서울에 올 가능성은 잊어버리라”고 발표했던 한국 정부도 결국 오후 10시쯤 이를 공식 확인했다.

상황이 다시 반전되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후 11시를 넘어서다. 상황을 보고받은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한국측 입장을 배려하라”고 지시하자, 필리핀 외무부도 16일 오전 9시쯤 한국측에 ‘18일까지 체류 가능’ 사실을 공식 통보했다.

탈북자들의 도착 일자가 오락가락한 데는, 한국 정부가 변화하는 상황에 임기응변 위주로 즉흥적으로 대응한 것도 한몫했다는 지적들이다.
/朴斗植기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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