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 일행이 머물고 있는 필리핀 군 기지 ‘캠프 아기날도(Aguinaldo)’의 정문. 마닐라 인근 계획도시 케손 시티에 있는 이 기지는 육군본부 등 필리핀 군부 핵심시설이 있는 대규모 군사 기지다. /케손시티=李光會특파원

탈북자 25명은 마닐라 시내 동북쪽의 계획도시인 케손 시티에 있는 필리핀 육군본부 기지 ‘캠프 아기날도(Aguinaldo)’에 수용돼 있었고, 그곳 경비는 삼엄했다. 정문 초소 바리케이드에는 ‘임시 폐쇄(Temporarily Closed)’라는 경고 표지판이 붙어있었고, 필리핀 군 당국의 탈북자 보호작전은 매우 철저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캠프 아기날도는 육군본부(Armed Headquarters) 등 군부 핵심시설을 두루 갖춘 대규모 군사기지다. 막사만 40여개 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1만여명 이상 병력을 일시에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마닐라 중심부에서 엣사(EDSA)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 30~4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지만, 기자가 16일 저녁 7시쯤 탈북자들의 아기날도 체류(滯留)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으로 달려 갔을 때는 체증 때문에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탈북자 25명이 15일 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후 3시간 가량을 공항 내 대한항공 귀빈 라운지에서 머무른 뒤 밤 12시가 넘어서 이곳으로 이동한 것도, 외부 정보 유출 방지와 이동시 안전문제 등을 고려했기 때문일 거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았다.

한 필리핀 정부 고위인사는 기자에게 “마닐라 시내에서 가장 안전한 수용시설은 캠프 보니파시오(Bonifacio)와 캠프 아기날도밖에 없다”면서 “둘 중 아기날도는 공항에서는 다소 멀지만 이목을 피하고 안전보호 면에서 더 낫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내 유력 언론사 고위 간부도 “16일 중 이미 캠프 아기날도 체류를 확인했지만 정부 요청으로 보도를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주변 어느 누구도, 심지어 초소 경비들도 ‘이들의 체류 사실조차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측도 이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릴로 골레스 대통령 국가안보담당보좌관도 본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안전에 대해서는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마닐라=李光會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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