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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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마다 나로호에 대한 비판이 나오곤 한다. 러시아제 1단 로켓을 사서 쏘아 올릴 수밖에 없던 우리의 로켓 기술 수준을 의심한다. 순수한 우리 것이 아니고 러시아와 협력도 잘 못해서 기술 개발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독자적으로 로켓을 개발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세계 최강인 미국과 러시아도 2차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의 V2 로켓 기술을 발판으로 개발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도 러시아의 스커드 미사일 기술에서 왔다. 군사용으로 전환되는 로켓 기술은 국제적으로 판매나 이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나로호를 공동 설계하고 제작하면서 기술 습득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나로호 개발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한국형 발사체(로켓)를 자력으로 개발하기는 불가능했을 수 있다.

다만 우리의 로켓 개발은 여러 이유로 북한보다 훨씬 늦게 시작됐던 게 사실이다. 북한은 우리보다 적어도 20년 이상이나 더 오랜 기간 장거리 미사일(로켓)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 결과 2012년 말 광명성 3호에 이어 이번에 광명성 4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 분야에 몸담아온 과학자로서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이제 많은 국민은 우리의 로켓 기술과 북한의 로켓 기술 격차에 대해 궁금해한다. 북한은 자체 기술로 성공했는데, 우리는 러시아제 1단 로켓으로 겨우 쏘아 올리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듣는다. 단편적으로는 북한의 발사 성공은 기술적으로 우리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로켓 기술은 더 이상 확장성이 없다. 광명성 4호에 장착된 1단 로켓은 추력(推力) 27t급의 액체엔진 4기를 묶었다. 1단 로켓의 총추력은 100t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따라서 로켓 상단부에 싣는 탄두(彈頭) 중량은 200㎏ 이하로 추정된다. 이론적으로도 탑재 가능한 탄두 중량이 500㎏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는 1단 로켓에 75t급 엔진 4기를 묶는다. 총추력이 300t급이다. 로켓 상단부에 1500㎏ 위성을 실어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수준이다. 나로호 사업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30t급 엔진과 주요 구성품을 개발했던 경험이 우리 기술로 지금의 75t급 엔진 개발에 착수하는 발판이 됐다.

로켓 개발에는 수조원이라는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들고 10~15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앞선 나라도 그랬듯이 많은 실패를 거쳐야 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는 국가 우주개발 계획에 따라 2002년 KSR-III 액체 추진 과학 로켓을, 2013년엔 나로호를 발사했고, 현재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보면서 우리의 발사체 기술 수준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개발을 늦게 시작했다는 점은 무척 아쉽지만 국가 우주개발 계획에 따라 짧은 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마 2020년에는 북한의 광명성호보다 훨씬 성능 좋은 한국형 발사체가 선보일 것이다. 그리 머지않았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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