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기존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 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다"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 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욱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관련해선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집권 3년 만에 대북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만하다. '체제 붕괴'라는 표현까지 쓰고, '북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찾겠다'는 데서는 대통령의 결의를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3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처럼 협력과 지원에만 경도(傾倒)된 대북 정책을 펴왔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신뢰를 구축해나가면 관계가 발전하고 통일 기반도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 위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했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북이 무슨 일이 있어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우리는 북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쏴도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물은 일이 사실상 없었다. 책임 추궁은 유엔을 통한 국제 제재에 맡기고 그 제재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용두사미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았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불과 한 달여 전 4차 핵실험 후 낸 담화도 똑같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핵 불감증과 그에 따른 무기력증이 광범위하게 퍼지게 됐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쓸 수 있는 모든 방책을 찾고 실천에 옮기겠다고 한 것은 그런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은 저강도·고강도를 섞어가며 끊임없이 도발하고 흔들어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 사회 내부가 요동칠 것이다. 우리 내부엔 그걸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나오느냐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정부는 이런 국내외 상황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가야 한다. 대통령의 이번 다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말로만 그칠 경우 오히려 무기력증을 더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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