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북한 핵·미사일 시험과 관련해 국회 연설을 하기로 했다. 북의 도발로부터 국민 불안을 해소할 대책을 밝히고 국회의 협조도 요청하겠다는 취지다. 국가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와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에 이어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KN-08의 실전(實戰) 배치 준비에 들어갔다. KN-08은 이동식 차량에 탑재되기 때문에 사전 탐지가 훨씬 어려워 우리 군이 대응하기 힘들다고 한다. 조만간 현실적 위협이 될 게 분명하다. 북한은 지난 주말에도 "원수들을 씨도 없이 모조리 죽탕쳐 버리겠다"고 위협했고, 장성 35명을 승진시켰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든 대남 군사 도발을 감행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주한미군은 탄도탄 요격용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 1개 포대를 한국에 증강 배치했다. 내달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 B-2 스텔스 폭격기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 위협에 맞서기 위해 불가피한 대응 조치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동맹국인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수단이라는 점이다. 우리 정부의 실효성 있는 독자적 군사적 대응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대북 확성기를 틀고 전군(全軍) 비상 태세를 강화한다는 아날로그식 대응뿐이다. 자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나 방사포·장사정포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도 취약하다. 우리는 어느새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을 잃어버린 채 동맹국에만 안보를 의존하는 '안보 외주(外注) 국가'가 되고 말았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연간 37조여원의 국방비를 쓰는 세계 10위권의 자주독립 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은 이번 국회 연설에서 북의 핵 위협에 맞설 좀 더 근본적이고 독자적인 군사·외교적 대응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이 핵을 실전 배치하기 직전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현실 인식 아래 새로운 국방·안보 전략의 밑그림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에 의존하거나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기대는 모습만으론 더 이상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을 것이다. 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외교적 제재 방안과 함께 독자적인 무기 체계 및 비대칭 전력에 대한 비전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이 이번마저 지난달 대국민 담화 때처럼 경제 법안 처리를 미루는 국회와 야당을 비판이나 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로 국민을 감동시키지 않으면 국민 불안감을 잠재울 수도 없고, 야당의 협조도 끌어낼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