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들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의 70%가 핵·미사일 개발과 사치품 구입 비용을 관리하는 북한 노동당 서기실 또는 39호실로 흘러갔다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밝혔다. 홍 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 이어 14일 방송에도 출연해 "관련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했으나 증거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개성공단에서 지급된 달러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轉用)되고 있다는 의혹은 그동안 무수히 제기돼 왔으나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민주화 운동 그룹이나 미국 싱크탱크 등에서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전용 가능성이 없다고 확언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기본적으로 같은 자세였다. 홍 장관이 태도를 바꿔 자금 전용 사실을 공개한 것은 개성공단 폐쇄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가 개성공단에서 북에 지급한 현금은 6160억원(5억6000만달러)이고, 그 70%이면 430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이 대한민국 생존과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량 살상 무기로 되돌아와 우리의 목 끝을 겨누고 있다는 기막힌 결과가 우선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대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는 정부가 이 사실을 인식했으면서도 개성공단을 통해 계속 달러를 대주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자금 전용을 파악하고도 개성공단을 유지·확대했다면 이는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할 헌법 의무 위반이자 국민을 배신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말로는 북에 핵·미사일 포기를 촉구하면서 뒤로는 핵 개발 자금을 대준 꼴이다. 핵·미사일 개발 자금의 북한 유입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를 우리가 위배했다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홍 장관이 이렇게 중차대한 발언을 해놓고도 입증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나오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태도이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전용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 자료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자금 전용 가능성을 알면서도 개성공단을 유지해야 했던 그간의 과정에 대해서도 한 치 숨김 없이 국민에게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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