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달 초 '종파 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로 전격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우리 군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에 발탁된 인물이다. 그가 처형된 것이 김정은의 핵·미사일 노선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군 내부 권력 다툼에서 밀린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그의 처형이 4차 핵실험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 권력 핵심에서 심각한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12월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그동안 북의 대남 정책을 총괄해온 유화파다. 북은 그의 사망 이후 추도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그를 견제하는 강경파가 새벽 교통사고를 위장해 제거했을 개연성이 작지 않다고 한다. 김양건이 사망한 지 닷새 뒤 김정은이 4차 핵실험 최종 명령서에 서명한 데다, 그의 자리에 천안함 폭침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앉았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정은 정권 들어 최고위급 인사가 처형된 것은 리영호 총참모장,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김정은이 얼마나 더 공포정치를 이어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의 주변이 강경파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김양건 후임으로 보이는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일으킨 북한 군부의 대표적 강경파다. 김정은이 강경파에게 떠밀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핵에 대응하면서 지금 북 정권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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