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8~2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공위성이라고 둘러댔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용이다. 북은 원자로도 전기 생산용이라고 거짓말하고 핵폭탄을 만들었다. 북 미사일은 서해와 제주도 상공을 지나 필리핀 해상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한다. 북은 핵실험 뒤엔 반드시 미사일을 쏴 왔기 때문에 이번 발사도 예견된 일이었다.

북은 이렇게 누가 뭐라든 제 갈 길로 가는데 우리의 대응은 판에 박은 듯 뻔하기만 하다. 정부는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대비 태세를 완비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안도하기는커녕 10년 가까이 되풀이된 똑같은 정부의 허언(虛言)이 또 하나 추가된 것으로 볼 뿐이다. 당장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부는 "북한이 뼈아픈 대가를 치르도록 실효적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지만 제재는 고사하고 엉뚱하게 미·중 간 갈등만 번지고 있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이 진정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달 북 핵실험 직후에도 "과거와 다른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를 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독자적 제재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날 패트리엇미사일(PAC-3)과 해상 요격미사일(SM-3)을 배치해 북 미사일 요격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은 일본으로 향하지도 않을뿐더러 대륙간 탄도탄은 고도가 높고 속도가 빨라 미국도 요격이 쉽지 않다. 호들갑을 떨면서 국내용 정치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선 북한이 코웃음만 칠 것이다.

중국 우다웨이 6자 회담 수석 대표가 2일 방북했지만, 북한은 그날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번번이 북한에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북한 정권 살릴 궁리와 미국에 대한 경계·비판만 하고 있다. 중국이 이러는 한, 그리고 북한이 이 사정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믿는 한 북한 핵 문제도, 미사일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를 철회하거나 연기한 적이 없다. 중국은 이날 "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하기 바란다"고 촉구했지만, 북이 말뿐인 중국의 우려에 겁먹고 미사일 발사를 그만둘 리는 없다. 중국의 대북(對北) 정책은 실패 차원을 넘어서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북의 4차 핵실험 후 진행된 과정을 보면 북핵과 미사일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눈앞에 두고도 반목하는 미·중과 국제사회의 무력함도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반복되는 형식적 대응에선 이런 상황의 엄중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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