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 2대가 지난 31일 우리와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침범,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까지 왕복 비행을 했다. 중국 군용기가 서·남해 인근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일시 침범한 경우는 있지만 동해까지 진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의 이번 KADIZ 침범은 북한 핵실험 대응책으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또 미 군함이 지난 30일 남중국해 시사(西沙)군도 분쟁 지역 12해리 내에 진입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미·중은 그동안 대북(對北) 제재 방안을 놓고도 이견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움직임과 미 군함 진입 등에 대한 불만 표출이나 보복성 조치로 한·일 방공식별구역을 일부러 침범했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일로 중국이 한국을 적대시하기 시작했다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領空)이 아니라 영공 침입을 막기 위한 예비 조치 구역이다. KADIZ 침범 구역도 제한적이었고, 대부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따라 비행했다. 군이 경고 교신을 보내자 우리 구역에선 즉각 벗어났다고 한다. 주 타깃은 일단 일본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일을 한·중 간 갈등으로 확대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왜 하필 지금 동·남해에서 이런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선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중국은 북한 핵실험 이후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 세력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북핵을 활용한다는 경계심과 함께 한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보다 한·미 동맹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이번 KADIZ 침범은 그런 미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동시에 한국에 대한 무언(無言)의 압박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번 중국의 도발이 일회성(一回性)으로 그칠 것이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 중국은 우리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다른 카드를 내밀 수 있다. KADIZ 추가 침범, 이어도 해역 군함 진입 등이 단계적으로 나올 수 있다. 우리는 이 같은 공세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2013년 말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언으로 우리 안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던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동시에 정부는 지금부터 외교적 접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의 숨은 속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만약 중국이 한·미·일 협력 관계를 깨기 위해 도발하려는 의도를 보이면 우리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중국이 북핵을 끝내 감싸고 도는 나라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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