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정헌법 2조 정신대로라면 한국 핵무장 허용해야 논리 맞아
통제권은 미국이 갖더라도 핵무기 보유 논의 시작해야
핵 와중에서 살아남으려면 '작은 피해' 무릅쓸 수밖에 없어

김대중 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대중 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동의나 지원 없이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한국이 국제사회(IAEA)에 약속한 비핵화도 미국의 원격조종 아래 놓여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에는 속수무책이면서 한국의 핵무장은 가혹하리만치 틀어쥐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무력 균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존립의 위해(危害) 아래 방치하는 행위다.

여기서 미국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미국은 국내의 총기 규제 문제로 심각한 논란에 빠져 있다. 총기 난동이나 테러로 인해 연간 수만 명이 목숨을 잃는데도 총기 소지는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총기 소유를 권리화하고 있는 수정헌법 2조 때문이다. 서부 개척 시대의 전통이다. 총기 소유 옹호론자의 논리는 총 가진 무법자를 단속할 공권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의 총기 소유를 금지하면 결국 당하는 것은 총 없는 일반 국민 쪽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 헌법의 정신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규제를 눈물(?)로 호소하면서 총기 판매업자의 등록과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수정헌법 2조를 우회하는 조치다. 하지만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과 막강한 로비력(力)을 가진 미국 총기협회가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반대하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미국 내의 총기 규제는 난망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동북아의 북핵 문제에 대입(代入) 시켜보자. 4차 핵실험을 통해 한층 강화된 북핵은 아시아의 평화, 특히 한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금융거래 규제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의 암묵적 용인을 등에 업은 북한은 이리저리 피해가고 있다.' 결국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는 쪽은 한국이다. 총기 테러 분자는 북한이고 금융 규제는 오바마식(式) 행정명령이고 당하는 한국은 미국의 '일반 국민' 격이다.

미국의 논리, 즉 수정헌법 2조의 법 정신대로라면 미국은 북한이라는 핵무기 난동자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의 '총기 소유'를 인정해야 마땅하다. 북핵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면 그 피해자인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논리가 맞는다. 자기 나라에서는 잠재적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장치를 인정하고 법으로 보호까지 하면서 동북아에서는 핵폭탄을 얻어맞을 위험에 처해 있는 나라의 손발을 묶어놓고 있는 것은 적어도 한국의 입장에서는 반인류적(反人類的)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금과옥조인 '핵확산 금지'는 우선 북핵을 막을 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을 '핵우산'으로 보호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 핵무기의 버튼이 미국의 손안에 있는 한 중국 등과의 큰 충돌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안전은 국지적이고 2차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핵우산은 저들에게 위협용이지 실효적 무기가 아니다. 위기 때마다 B-2, B-52를 보내 시위 한번 하고 '이만하면 됐지?'라며 손을 터는 미국의 태도를 보면 과연 미국이 북핵 앞에 벌거벗고 서 있는 한국을 위해 무엇을 어디까지 해줄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비록 통제권은 미국이 갖는 조건으로라도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설혹 적극적으로 지원은 못 하더라도 우리가 우라늄을 다른 나라로부터 확보하는 것 정도는 막지 말아야 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른 규제 등을 우회하는 쪽으로라도 우리의 손발을 묶은 끈을 풀어줘야 한다. 물론 북핵이 폐기 내지 엄격히 관리되는 상황이 되거나 북한 정권에 커다란 정치적 변화가 생길 때 우리도 자발적으로, 자동적으로 핵을 무용화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공언해서 우리의 선의(善意)를 확인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정 우리에게 핵무기를 줄 수 없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자체를 꼭 집어 '외과적 폭격'으로 제어하는 과단성 있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확전의 위험과 다소의 희생이 따르겠지만 안정 보장이라는 것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작은 피해를 감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보에 공짜는 없고 무임승차도 없다. 우리가 이 핵의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은 피해'를 무릅쓰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있던 날 누군가 "우리에게도 강력한 대응 무기가 있다"고 했다. 무엇인가 물었더니 바로 '무대응'이라고 했다. 오늘날 우리의 처지를 가장 적절히 표현한 자조적 코멘트다. 무대응은 무기력을 낳고 무기력은 곧 자포자기로 이어진다. 지난 며칠 북핵 문제로 떠들썩하던 우리 사회는 이내 '대북 방송 재개'로 자족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미국·중국도 그렇다. 북한은 우리가, 모두가 그러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