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한적십자사의 방북 이산가족 선정기준 발표에 따라, 오는 15일 북한에 갈 것이 확실시된 이산가족들은 “빨리 북의 가족을 보고 싶다”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이미 적십자사로부터 ‘방북단 포함 통보’를 받고 북의 가족에게 줄 선물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난달 북에 110세 모친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장이윤(장이윤·71·부산 영주동)씨는 “오늘 오전 적십자사로부터 ‘방북 1순위’라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며 “빨리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너무 긴장되고 초조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는 장씨는 “매일 새벽 초량동 금수사에 들러 ‘막내가 갈 때까지 어머니께서 건강하시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부처님께 기도했다”고 말했다.

“어머님께 드릴 연분홍 저고리와 자주색 치마, 흰 고무신, 버선을 준비했습니다. 직접 한복을 입혀드리고 싶습니다. ” 그는 “금가락지, 금목걸이, 금귀고리도 사갈 예정”이라며 “어머니가 막내를 보고 충격받을까봐 우황청심환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결혼했다가 남한에 따로 내려와 “자식 버린 죄인끼리 같이 살자”며 결혼한 이선행(80)·이송자(81)씨 부부는 “북의 두 가족을 한 자리에서 같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송자씨는 “남편(이선행씨)의 북쪽 아내를 만나면 ‘살아있어 줘 고맙다’고 말하겠다”고도 했다. 이선행씨는 아내와 아들 둘, 이송자씨는 아들 한 명을 만나게 된다. 부부는 “손자들에게 뭘 사줘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했다.

○…1·4후퇴 때 가족과 함께 피란오다 처자식과 헤어진 최경길(최경길·76·경기 평택 팽성읍)씨는 북에 남아있는 부인(손옥순·74), 아들(54), 딸(52)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결정하기 위해 4일 가족회의를 열었다. 최씨는 “이곳 식구들 사진을 갖고 가 보여주고 카메라로 북한 식구들과 함께 사진 찍겠다”며 “아들, 딸, 며느리, 사위를 위해 옷가지를 준비해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얼굴 못 본지 50년이 됐지만 식구들 체형은 안 봐도 훤하다”고 자신했다. 이태원에서 양복점을 하는 의붓아들 김의섭(김의섭·60)씨는 “아버님이 50년전 기억으로 북에 있는 가족들 양복을 맞춰달라고 하시지만 옷이 맞을지 알 수 없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부산=김용우기자 yw-kim@chosun.com

/최원석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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