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임기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북한의 '북'자도 꺼내지 않은 채 "어떤 국가도 우리와 우리의 동맹을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파멸에 이르는 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날 했던 국정연설에서 대북 경고를 한 이후 국정연설에서 벌써 3년째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전략적 인내'란 입장을 내걸어온 오바마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북한을 무시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북한이 '수소탄'이라고 주장하는 4차 핵실험 이후 일주일 만에 나온 연설인 만큼 지난 2년과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컸는데도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이다.

북한의 4차례 핵실험 중 3번이 오바마 임기 중 일어났다. 그동안 미국은 북핵 문제에서 아무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얀마·쿠바·이란에서의 성과와 비교하면 북핵을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북의 핵실험 직후 "중국의 (대북 제재)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고, 북한에 대해 평소 했던 것처럼 대응할 수는 없다"고 했다.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가 중국 측의 반발만 불러왔다. 미 하원은 12일 대북 제재안을 통과시켰지만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으로 남겨두는 데 그쳤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북핵처럼 뾰족한 해법도 없고 단기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없는 문제는 옆으로 제쳐두고 싶을 것이다. 오바마의 대북 정책은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전략적 무관심'을 넘어 '의도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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