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 및 경제 위기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1시간 40분가량 진행된 이날 담화·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애초 예상과 달리 북핵과 안보 문제보다는 경제 문제, 특히 노동 개혁 법안과 경제 법안 처리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冒頭)에 "안보·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고 했다. 지극히 옳은 진단이다. 그러나 이어 내놓은 북핵 해결 방안은 그동안 정부의 대응 조치에서 아무것도 진전된 게 없었다. 북핵 불용 원칙만 강조했을 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B52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 자산 전개 외에 추가 대응책은 보이지 않았다. 북 도발이 있을 때마다 한·미 당국이 내놓았던 단골 메뉴를 되풀이한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 등이 제기한 '핵(核) 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도 "한반도에 핵이 있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라는 기존 방침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 체계의 주한 미군 배치에 대해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박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어려울 때 손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대북 제재에)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정상 간 통화나 군사 핫라인 접촉에 응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해선 구체적 답이 없었다. 결국 역대 최상이라는 한·중 관계를 활용할 방안도, 미국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끌어낼 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전체 담화 중 북핵 관련 내용은 20%에 못 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노동·경제 문제에 집중됐다. 새로운 북핵 대책을 기대했던 국민으로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려운 경제 상황은 사실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다. 북한 핵실험 직후 한 담화라면 북핵 해법 제시에 중점을 둬야 했다. 대통령이 국정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한 것 같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경제 분야 담화 내용도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노동 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해 법안 설명하듯 낱낱이 얘기했다. 국무회의나 청와대 회의 때마다 수시로 했던 말이다. 박 대통령은 노사정 합의 파기를 시사한 노동계를 비판하고, 국회에 대해선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개인 정치를 추구한다"고 했다. 국회의 기능을 바로잡도록 국민이 직접 나서달라고도 했다. '국회 심판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노동·경제 법안이 발목 잡혀 있는 데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야당·노동계 지도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계속 '야당 탓, 노동계 탓'을 하는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중국발 경제 위기와 저(低)성장 등 더욱 근본적인 경제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법안 몇 건이 처리된다고 우리 경제가 잘 풀리고 일자리가 해결될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법안 처리에만 매달려 있다는 인상이다.

국민은 이번에 북핵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인 해법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야당과 노동계 비판만이 아니라 이들을 설득해 이끌어가는 모습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담화는 이런 국민의 바람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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