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8일 북의 4차 핵실험 도발과 관련해 "한반도 핵 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중국이 매듭을 만든 것도 아니며 중국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도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도 같은 날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은 생억지'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제의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왕이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원하는 특별한 대북 접근법이 있었고 중국이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존중했으나 이 방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왕이 외교부장은 8일 밤 한술 더 떠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북핵(北核) 3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3원칙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缺一不可(결일불가·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라는 사자성어까지 보도자료에 넣었다. 이로써 북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미국은 중국에 행동을 촉구하고, 중국은 종전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 치도 변하지 않는 중국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애매한 태도가 문제다. 이번에도 B52 폭격기를 잠시 파견하는 무력시위 쇼로 비상 국면을 넘기려는 듯하다. 이런 전시성 시위가 북핵 저지에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알고 보면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내걸어온 '전략적 인내' 정책도 사실상 '전략적 책임 회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나 시리아에서도 지역 분쟁에는 깊숙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지 않았던가.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유엔은 북을 제재하는 결의안을 5차례나 채택했다. 미·일 등 국제사회는 경제 제재에 돌입했으나 중국은 건성으로 제재에 동참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네 번째 똑같은 대응이 반복되는 동안 북은 핵실험을 축적해가며 머지않아 핵무장을 완성할 것이다. 이대로 가면 북의 핵 위협은 온전히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국제 공조(共助)에 의한 외교적 해결책이 한계에 왔다는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만 의존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우리는 독자적인 자위책(自衛策)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의 외교적인 노력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스스로 취할 수 있는 군사적인 대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북이 거듭된 실험을 통해 핵무장 완성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 군사적인 대응도 대북 확성기 재개와 같은 소극적인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수단까지 검토해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 담화를 통해 군 통수권자의 결의를 듣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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