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8일 낮 12시부터 대북(對北) 확성기 방송을 휴전선 전역에서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8월 북의 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11년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가 8·25 합의로 중단한 지 4개월여 만이다.

확성기 방송은 북한 정권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지뢰 도발 당시 우리 측이 방송을 재개하자 북은 '준(準)전시 태세'를 선포하면서 전쟁 분위기로 몰았다. 결국 며칠 견디지 못하고 고위급 접촉을 하자고 먼저 제안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북은 '8·25 합의'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면서 당국 간 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당국 간 회담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고 이산가족 상봉도 형식적으로 단 한 차례 하는 것으로 끝냈다. 북이 결국 4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지금 상황에서 돌아보면 당시 북의 목적이 오로지 확성기 방송 중단에만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 명확해졌다. 당시 남북 합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이었다. 정부가 북의 4차 핵실험을 '비정상적 사태'로 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북이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유엔 제재에 대한 외교적 대응과는 차원이 다른 직접적 대남(對南) 도발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장 지난번처럼 확성기를 직접 타격하겠다는 위협이 나올 수 있다. 나아가 휴전선이나 서해 NLL(북방한계선) 일대에서 강도 높은 군사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이걸 알면서 재개 결정을 내린 만큼 군사적 대비 태세에 한 치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준비까지 허점이 없어야 한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 특사(特使)를 파견해 지금 많은 한국 국민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그대로 전달하고, 정부의 대응 방안도 설명해야 한다. 만약 미·중 등이 과거처럼 실효성 없는 제재로 이번 사태를 끝내려 한다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의지도 표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의 능력으로 북의 핵개발 거점을 직접 타격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결의를 나라 안팎에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결연한 자세다. 긴장 고조를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로 이 점을 북 정권은 항상 노리고 이용하고 있다. 만에 하나 휴전선에서 충돌이 벌어질 경우 우리 측에도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북은 그 경우에 우리 사회에서 정부 비난 여론이 일기를 바라고 있다. 천안함 폭침 때처럼 '전쟁이냐 평화냐'와 같은 정치 선동이 우리 사회 안에서 다시 벌어질지도 모른다.

북의 지뢰 도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전역 날짜까지 연기하며 임무를 다한 군 장병들과 '이제는 북 도발의 악순환을 끊자'는 결의를 보여준 국민의 힘이었다. 이 힘만 있으면 어떤 북 도발도 물리칠 수 있다. 정치권도 국가적 위기 앞에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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