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反北운동 마영애씨 "북한인권법 통과를" 뉴욕서 날아와]

"한국만 10년 넘게 처리안돼… 北동포들에게 죄 짓는 것"

- 美서 '찰거머리 시위' 유명
남편 처형된 後 투사 변신
北 고위직 따라다니며 7년간 70차례 피켓시위
화난 北, 비방 방송까지

지난 9월 27일(현지 시각) 오후 6시 50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조연설을 마치고 북한 대표부 사무실로 들어가던 리수용 북한 외무상 앞에 한 여성이 불쑥 나타났다. 2001년 탈북한 북한 인권운동가 마영애(52·사진)씨였다.

리 외무상과 수행원들이 당황해 멈칫하는 사이 마씨는 둘둘 말아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펼쳐 들었다. 종이에는 '김정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핵을 당장 포기하고, 정치범 수용소 해체하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문구를 읽은 리 외무상은 굳은 표정으로 쫓기듯 발길을 옮겼다.
 
(왼쪽 사진)마영애씨. (오른쪽 사진)탈북자 마영애씨가 2009년 10월 뉴욕 북한 대표부 앞에서 신선호(가운데) 당시 유엔 주재 북한 대사를 쫓아가며 1인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마영애씨 제공[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왼쪽 사진)마영애씨. (오른쪽 사진)탈북자 마영애씨가 2009년 10월 뉴욕 북한 대표부 앞에서 신선호(가운데) 당시 유엔 주재 북한 대사를 쫓아가며 1인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마영애씨 제공[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미국 뉴욕 인근에 거주하는 마씨는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 사이에서 '찰거머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북한 고위직 인사가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그들의 일정과 동선을 파악해 따라붙어 '1인 시위'를 벌여 왔기 때문이다. 마씨는 이들 앞에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흔들며 '김정일·김정은을 국제사회에서 심판해야 한다' 같은 구호를 외쳐댄다. 전(前) 유엔 주재 북한 대사 신선호를 비롯해 자성남 현 유엔 대사 등이 미국에서 마씨의 시위에 걸려 곤욕을 치렀다. 마씨가 지난 2009년부터 7년간 미국에 있는 북한 고위직 인사 앞에서 벌인 시위만 70여회에 달한다.

그런 마씨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자유민주연구원이 오는 28일 북한인권법 제정을 주제로 여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마씨는 16일 본지 인터뷰에서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만 10년 넘게 법안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치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에선 17대 국회 때인 2005년 8월 북한인권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가 끝나면 폐기되고, 다시 발의되는 일을 11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마씨는 "이번 국회마저 내년 5월 임기 만료 전에 북한인권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북한 동포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마씨는 2001년 단신(單身)으로 탈북해 그해 한국에 정착했다. 처음엔 서울 송파구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했다. 그러다 2004년 지인을 통해 북에 남아 있던 남편이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2006년 미국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다. 마씨는 "아내가 탈북했다고 남편을 죽이는 나라에 우리 동포가 2000만이나 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엔 미국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 생면부지 나라로 건너갔다"고 말했다.

마씨는 그간 미국 50개 주(州)를 돌며 북한 인권 보호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미국 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마씨가 북한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찰거머리 시위'에 나선 것은 2009년 무렵부터라고 한다. 2009년 10월 뉴욕의 북한 대표부에서 나와 유엔 본부로 걸어가는 당시 신선호 주(駐)유엔 북한 대사 앞에 갑자기 뛰어들었다. 마씨는 "내 남편 살려내라"고 소리치며 신 대사를 50m 정도 따라갔다. 이 장면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포착돼 전 세계 여러 매체에 보도됐다. 2010년 5월에는 유엔 주재 북한 차석 대사였던 한성렬이 마씨의 시위를 피해 차가 내달리는 도로를 무단 횡단해 도망가는 모습이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런 마씨의 시위에 북한 외교관들은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마씨의 집으로 한밤중에 "도끼로 대가리 까고 이빨 뽑아버린다"는 정체불명의 전화도 수시로 걸려왔다. 지난해 3월 12일에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에서 마씨를 맹비난하는 특집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방송 10일 전 마씨가 자성남 유엔 대사 부임 후 첫 출근길에 따라붙어 시위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나 마씨는 "북한의 저열한 협박과 공갈에 무릎 꿇을 것 같으면 탈북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 국회가 하루빨리 북한인권법 제정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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