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밤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탈북자 25명은 안도속에 하룻밤을 보내고 16일 오전 안전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게 현지 관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관리들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일반인들의 출입과 보안이 엄격히 통제된 미공개 장소에서 한국과 필리핀 양국 관계당국의 철통경비 속에 한편으로는 안도감으로 또한편으로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마닐라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탈북자들이 안전한 지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들의 건강 등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도착 일정이 당초 17일에서 16일로, 다시 내주초설이 제기되는 등 오락가락하는 통에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관리들은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0...탈북자들이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16일 마닐라 시내 마카티시 퍼시픽스타빌딩에 위치한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에는 토요일 휴무임에도 불구하고 손상하(孫相賀) 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대부분 출근, 탈북자들의 안전에 신경을 쓰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 25명이 마닐라에 도착하기 전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며 '이들이 무사히 편안하게 서울에 도착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0...16일 오전 9시 40분 외교부 대책반장인 이태식(李泰植) 차관보는 기자간담회에서 '탈북자 처리에 관한 한국측의 입장을 배려하라는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필리핀 정부가 오전 9시 10분께 종전의 우리 입장을 수용한다는 뜻을 통보해왔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필리핀측이 우리측의 당초 입장을 수용, 그간 오락가락하던 탈북자 25명의 서울도착 일정이 대한항공 KE-622편을 통한 18일 오후 5시 20분으로 최종확정됨에 따라 '이제야 어느정도 탈북자 사건이 마무리돼가는 것 같다'며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

정부는 이와 함께 탈북자들이 비교적 안정된 심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중 일부 탈북자의 경우 심신이 극도로 피폐한 이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16일 오후 7시 40분에 서울을 출발하는 필리핀항공 PR-469편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을 급파했다.

0...한편 탈북자 25명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공항내 안가에서 한국과 필리핀 정부의 철통경비 속에 지속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가 마닐라 현지에서 나돌았다.

현지 관리들은 '이곳 시설은 통제구역으로서, 필리핀 정부가 탈북자들을 위해 마련한 시설'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0...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샤먼(廈門)을 거쳐 제3국인 필리핀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공항에 탈북자 25명은 모두 `Beijing'이라는 흰색 영문이 새겨진 빨강, 푸른색등의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다.

전날 스페인 대사 및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함께 기내에 직접 올라 탈북자들을 살펴본 로일로 골레즈 필리핀 국가안보 보좌관은 마닐라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 탈북자들이 하나같이 두툼한 옷을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겪은 일로 긴장한 듯이 보였지만 어린이들은 기내를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0...16일 아침 서울과 마닐라에서 탈북자들의 서울 도착 일정이 18일 오후로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마닐라 아키노공항 인근 시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탈북자 25명은 급속도로 안정을 찾았다는게 현지 관리들의 평가.

한국과 필리핀 정부의 보호속에서 하룻밤을 지낸 이들은 아침에는 계란과 빵, 우유, 컵라면 등으로 식사를 마쳤고, 점심에는 김치 등 한식메뉴를 위주로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0...한편 탈북자들의 마닐라 도착 때부터 오락가락하던 서울 도착 일정이 당초 우리 정부의 원안대로 필리핀 3박4일 체류로 가닥을 잡자 한국과 필리핀 관리들 간에도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를 입증하듯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은 손상하(孫相賀) 주필리핀 대사를 통해 필리핀의 테오피스토 긴고나 부통령 겸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필리핀 정부가 우리의 희망과 기대를 잘 감안해서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준 점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언.

0...정부가 탈북자들의 건강검진을 위해 16일 오후 파견키로 한 의료진은 의사 박영길(50)씨와 간호사 김명애(29)씨 등 2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40분에 서울을 출발하는 필리핀항공 PR-469편으로 밤 11시께 마닐라에 도착할 예정이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