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하루 동안 북측의 돌발적이거나 무분별한 행태로 남북 관계와 북·중 관계가 동시에 틀어졌다.

11~12일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은 북의 DMZ(비무장지대) 지뢰 도발에 따른 극도의 긴장 상태를 극적으로 완화시킨 '8·25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북은 DMZ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 마치 모든 도발을 중단하고 남북 대화에 성실하게 임할 것 같은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은 당장 현금(現金)이 들어오는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할 수 없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결국 북이 당시 합의에 응했던 것은 확성기 방송만은 중단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지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북은 또 12일 북·중 우호의 상징이라며 베이징에 보냈던 모란봉악단을 공연 3시간 전에 3일간의 공연 일정 전체를 취소한 뒤 돌연 귀국시켰다. 국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정은 정권의 괴팍한 행태는 오래전부터 악명을 떨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무지(無知)·무도(無道)한 일까지 밀어붙이는 집단인지 다시 한 번 놀랄 뿐이다.

북·중 관계는 북의 4차 핵실험 협박이 계속되던 지난 10월 초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서열 5위)의 방북 이후 호전되는 듯했다. 이번 공연도 중국 공산당 초청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 내에선 이번 공연 취소가 지난 10일 김정은의 '수소폭탄 개발' 발언과 관련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 측이 이 발언에 격분해 공연 참석자들의 격(格)을 떨어뜨리자 김정은이 공연단 귀국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북한과 중국 체제 특성상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의 북·중 관계가 얼마나 허약한 상황인가를 보여준 것만은 확실하다.

북은 내년 5월 당대회를 36년 만에 개최하기로 했다. 김정은이 권력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최소한 이때까지 대형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북은 언제든 정반대의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이런 북과의 대화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를 이번에 보여주었다. 지난 두세 달 동안 남북 관계와 북·중 관계의 호전(好轉) 신호가 축적되는 것을 보며 새해 남북 관계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단선적(單線的) 대응만으론 대북 관계를 풀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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