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국회 토론회서 공동발굴 촉구… "南北 교류협력의 큰 물꼬 트일 것"

- 1100년 역사 품은 문화유산
외성 둘레만 12.7㎞ 달해… DMZ내 확인된 유적만 25종

- 궁예도성 '제2의 만월대' 기대
"분단 현장을 평화 상징으로… DMZ 생태공원 연계도 가능"

朴대통령도 유네스코 연설서 "南北, 개성 만월대 발굴 성과"

"'궁예도성'을 남북 교류 화합을 위한 '제2의 만월대'로 활용하자."

1일 국회에서 열린 'DMZ(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과 남북 역사 문화 교류' 토론회에서 역사학자들과 여야 정치인들은 남북이 공동으로 DMZ 내 궁예도성(弓裔都城)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궁예도성은 6·25 당시 남북이 치열하게 싸웠던 철원·김화·평강의 '철의 삼각지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공동 조사가 진행될 경우 전쟁과 분단·냉전의 유산이 화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바뀔 수 있다고 참석자들은 기대했다. 2007년 이후 정치·군사적 대치 국면 속에서도 남북 교류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한 개성 만월대(滿月臺) 공동 발굴 작업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궁예가 세웠던 태봉국 도성터… DMZ 한가운데에 잠들어 있다 - 취재 헬기에서 내려다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의 옛 태봉국(泰封國) 궁예도성터. 이곳은 궁예가 905년 송악(개성)에서 철원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지어져 918년 왕건에 의해 폐위당할 때까지 사용됐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국보급 문화재가 다수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이 공동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완중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궁예가 세웠던 태봉국 도성터… DMZ 한가운데에 잠들어 있다 - 취재 헬기에서 내려다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의 옛 태봉국(泰封國) 궁예도성터. 이곳은 궁예가 905년 송악(개성)에서 철원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지어져 918년 왕건에 의해 폐위당할 때까지 사용됐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국보급 문화재가 다수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이 공동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완중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궁예도성은 궁예가 고구려 부활을 기치로 세운 태봉국(泰封國)의 도성이다. 궁예가 905년 송악(개성)에서 철원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지었고, 918년 왕건에 의해 폐위당할 때까지 사용됐다. 둘레는 외성 12.7㎞, 내성 7.7㎞이고 면적이 9500만㎡ 이르는 거대한 성이었다. 최대 약 20만명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남북이 분단되면서 궁예도성은 DMZ 한가운데 갇힌 신세가 됐다. 현재 군사분계선이 도성을 가로로 양분하고, 경원선 철도가 이를 세로로 갈라놨다. 남북이 반씩 나누어 맡고 있지만, 곳곳에 지뢰가 매설돼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100년 민족 역사의 흔적을 품은 고성(古城)이 점점 스러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지 않으냐"는 논리로 설득하면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 국방문화재연구원장은 "DMZ 공동 조사를 위해선 북한의 동의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면서 "고구려에서 국가 정통성을 찾는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유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궁예도성의 발굴과 복원을 통해 남북 공동 문화유산을 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선 5개년 발굴 조사 계획을 마련해 '(가칭) 태봉도성 남북 공동 발굴 및 복원협의회'를 구성하자"고 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궁예의 몰락과 함께 수도가 송악으로 옮겨지면서 태봉도성(궁예도성)은 급격히 공동화(空洞化)됐을 것"이라며 "상당한 인구가 모여 살면서 지속적으로 파괴된 경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할 것"이라고 했다.

본지는 지난 2010년 창간 90주년 특별 기획으로 군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아 사학자와 함께 궁예도성 터를 답사했었다. 곳곳에서 성벽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돌무더기를 발견했다.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는 성 안에 있던 연꽃무늬 석등(일제강점기 국보 118호로 지정)과 귀부(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돌) 사진이 실려 있으나 현장에선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문화재청은 지뢰밭 수풀 속에 가려 있거나 전쟁통에 도난 또는 파괴됐을 가능성을 추측하고 있다.

여야가 1일 공동 주최한 ‘DMZ(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과 남북 역사 문화 교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여야가 1일 공동 주최한 ‘DMZ(비무장지대) 평화적 이용과 남북 역사 문화 교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궁예도성에 대한 공동 조사가 이뤄지면 남북 교류 협력의 큰 물꼬가 트일 것이라 전망했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DMZ 평화적 이용 및 세계생태평화공원의 가장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 철원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궁예도성 복원과 함께) 경원선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한 합의와 평화를 일궈내는 첫째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남북 공동의 문화유산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남과 북은 같은 뿌리임을 자각하고 동질성을 회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연설을 하면서 "개성 만월대의 공동 발굴 사업이 7년여 동안 지속돼 왔고 지난달에는 남북 공동 유물 전시회가 개최되는 성과도 거뒀다"며 "한반도 평화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 간에 환경·민생·문화 3대 통로를 열어나갈 것이다. 그중 문화의 통 로는 민족 동질성 회복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DMZ 내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유적만 25종에 달한다고 한다. 모두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남과 북의 교류 다각화를 위해 DMZ 내 문화유산 발굴 및 연구 분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비정치적인 주제를 통해 남북이 화합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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