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공포통치로 북한의 2인자나 실세는 예외 없이 숙청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석 수석연구위원이 공개한 '김정은 정권 4년 평가 : 북한정치의 변화' 발표문에 따르면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한 후 처형된 간부는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김정은 시대의 2인자나 실세는 예외 없이 숙청을 당했다. 김정일 장례식에서 영구차를 호위했던 리영호는 김정은 제1비서가 권력을 승계한 이후 해임됐다. 그의 고모부이자 북한 제2의 권력자였던 장성택도 숙청됐다. 현영철도 반혁명 분자로 몰려 숙청됐다. 최룡해도 최근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 불경죄가 적용됐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발표문에서 "김정은은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과 군부 내 간부들을 숙청하면서 일인유일지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주로 정치적 배경을 지닌 숙청이 많았던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달리 개인적 감정에 근거한 숙청과 처형이 많다"고 주장했다.

연륜과 정치경력이 적다 보니 권력이 과다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제거하고 그렇지 않은 인물에 대한 승진과 강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공포통치로 권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어 "황병서를 비롯한 간부들에게 '처형할 줄 알아'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는 등 미숙성을 표출하고 있다"며 "권력엘리트에 대한 공포통치로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등 일시적 효과를 거두었으나 공포의 장기화로 김정은과 지배층 간 운명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숙청과 처형에 대한 불안으로 김정은에게 조언을 기피하고, 맹종하며 자리 지키기에 골몰한다"며 "실무간부들은 생존을 위해 허위보고를 일삼고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해외파견 간부들 중 일부는 이탈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역·계층 간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사경제가 급성장해 북한 경제의 40%를 차지하면서 당국의 경제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외화 사용 비중도 50%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혈통적 정통성을 기반으로 주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이미지 정치를 구사하고 있으나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체제비판 정보를 확산시키는 통로기능을 하고 있다"며 "청소년기에 고난의 행군 시기를 보낸 330여만명의 장마당 세대는 이념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체제 유동성의 증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9차 청년동맹 대회와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민생향상을 슬로건으로 주민들에게 기대감을 주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비전을 제시하기 어려운 만큼 정치적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연이은 대규모 정치행사로 주민들의 피로감이 증대되고 불만이 고조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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