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 난민지위 인정과 한국행을 요구하며 농성하다 중국정부에 의해 `추방'된 탈북자 25명이 15일 밤 9시 47분(한국시간 밤 10시 47분)께 중국 남방항공 CZ-377편으로 필리핀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이들을 맞은 정부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중국을 떠나와 자신들이 희망해온 서울로 갈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 때문인지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우리 정부와 필리핀측 관계자들은 신변안전 상의 이유로 탈북자 25명이 체류할 장소는 밝힐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마닐라의 공항 관계자들은 이날 밤 탈북자들이 탑승한 남방항공 여객기가 아키노 공항에 도착한즉시 일반 기자들이 탈북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당초 탈북자들은 아키노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낸뒤 16일 낮 12시 40분께 대한항공 KE-622편으로 필리핀을 출발, 이날 오후 5시 2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들이 마닐라에 도착하면서 상황이 유동적으로 바뀌어 혼란을 빚었다.

우리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항에서 단시간 체류하려던 일정도 바뀔 수 있고,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탈북자의 안정과 건강검진, 중국측에 대한 배려를 의도했던 한국 정부의 입장을 도와주라는 지시도 있었다는 설도 있어 상황을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15일 밤까지 손상하(孫相賀) 주필리핀 대사와 필리핀 외무부 관리들 간의 협상까지만 하더라도 필리핀이 대북관계를 고려, 단시간 공항체류로 가닥을 잡았으나 대통령의 지시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으며, 일정 재조정을 위한 양국간의 협상은 필요없다고 설명.

로일로 골레즈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도 자신이 직접 공항에 나가 탈북자들을 만났다고 밝히고 이들이 '3일내로' 필리핀을 떠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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