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25명 중에는 함흥·회령 출신의 10대 고아 소녀 2명이 포함돼 있었다.

질병 등으로 부모를 잃고 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시장에서 행상을 해온 이들은 ‘먹을 것’을 찾아 탈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탈북자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두 아이는 지난 2월 중국 내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자신들의 탈북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고 말했다.

김향(16·가명)양은 세 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먹을 것을 찾아 ‘꽃제비(어린이 거지)’로 유랑하던 중 지난 99년 1월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넜다. 3년 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장염과 파라티푸스 등으로 숨진 뒤 ‘먹을 것’을 찾아 혜산 등지로 유랑생활을 해온 이들은 99년 1월 우연히 탈북하게 됐다.

캐지 않은 감자밭이 있다는 국경 부근의 태흥단으로 가서 오래간만에 날감자를 포식했을 때였다. 남매는 포만감에 얼어붙은 강에서 뛰어놀다 어느새 국경을 넘어버린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2년 동안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동생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김양은 “좋아하는 음악과 춤을 실컷 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선애(16·가명·함북 회령)양은 96년부터 중학교를 그만두고 산에서 나물을 캐 시장에 파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엄마는 97년 가출했고, 광부로 일해온 아버지는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99년 4월 리양은 식량을 찾아 두 살 아래 남동생과 국경 근처 강을 건너 탈북했지만 작년 1월 중국 공안에 걸려 강제송환됐다. 송환 뒤 노역장에서 석탄을 나르는 고된 노동에 시달려온 김양은 동생을 남겨둔 채 그해 2월 ‘김정일 생일’에 재탈북했다.
/金鳳基기자 knight@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