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북한 탈북자 25명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을 도운 한 탈북자 인권단체 사무실에 길수 가족의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鄭敬烈기자 krchung@chosun.com

지난 14일 탈북자 25명의 북경(北京) 주재 스페인대사관 진입 사건은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벨기에 헝가리 스페인 남미 등 세계 10여개국 사람들이 참여하고 지원한 ‘다국적(多國籍) 프로젝트’인 것으로 15일 밝혀졌다.

이들 국가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및 인권운동가 30여명은 지난해 말부터 이번 거사(擧事)를 기획했으며 이 내용이 외국 정보기관들에 포착될 조짐이 있자, 당초 계획보다 1주일 정도 빠른 지난 14일 대사관 진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0여명은 탈북자들이 도착하기 전 대사관 주변에 있다가 탈북자들의 대사관 진입이 어려워지는 최악의 상황에는 인간 쇠사슬로 탈북자들을 ‘육탄방어’하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사건을 총지휘하며 중국에 머물고 있는 국내 인사로부터 ‘정부와 국내 언론 창구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받은 윤여상(尹汝常·36·영남대 강사)씨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탈북자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3~4년 전부터 탈북자인권운동을 해온 윤씨는 이번 사건 직후 대사관 진입을 전화로 통일부에 알리고, 탈북자들의 신원과 이들의 사연이 담긴 영문 자료를 정부측에 전달했다.

윤씨는 “각국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중국과 태국·러시아 등에서 점조직 형태로 모여 논의를 진행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이들의 신변안전과 이후 활동을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윤씨에 따르면 국내 인사들은 조선족들을 통해 탈북자들을 모으고 통역 역할을 맡았고, 외국 인권단체들은 서방 언론 및 NGO측과의 연락을 담당했다. 특히 유럽 국가와 지식인 사회의 호응을 얻기 위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유럽의회와 유럽 NGO를 찾아가 탈북자들의 실상을 알리는 자료를 건네고 적극적인 호응을 요구했다. 윤씨는 “미국과 한국은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할 수 없는 데다, 유럽사회가 동조해야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난민지위 인정을 요구한 것도 외국 인권운동가들이 합법적으로 탈북자 지원활동을 벌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탈북자 인권을 위한 대규모 계획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鄭佑相기자 imagine@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