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베이징(北京)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25명의 탈북자가 뛰어들어, 한국행을 요구하기까지 탈북자 구호단체의 치밀한 계획과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이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등을 떠도는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은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탈북자들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기 위해 탈북자들을 안전한 지역에서 집단으로 보호하거나 식량과 일자리를 제공하며, 나아가 ‘난민’ 지위를 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탈북자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나 개인들의 활동이다.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 ‘좋은 벗들’, 탈북난민유엔청원운동본부(이사장 김상철), 예랑선교회 등 여러 중국 내 선교단체들과 이번 25명 탈북자의 ‘성명’을 대신 발표했던 일본의 ‘북조선난민구원기금’이나 ‘RENK’(긴급구출 행동네크워크) 등이 대표적인 단체들이다. 또 북한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하다가 추방된 독일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나 꾸준히 탈북자 지원에 힘써온 한국 거주 미국인 팀 피터스씨, 그 밖에 한국의 선교사, ‘이지스’ 등 재미동포 단체 및 개인들도 비공개리에 탈북자들의 보호와 한국행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더글러스 신(한국명 신동철) 목사를 비롯한 국내 탈북자 구조단체 ‘피난처’, ‘두리하나선교회’ 등은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비밀루트 개척에 힘써 왔고, 국내 탈북청년단체 ‘백두한라회’ 등도 직접 탈북 동료들의 입국을 위한 모금 등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 3월에는 국내외 탈북자 및 북한인권 관련 23개 단체가 모여 ‘피랍 탈북자 인권과 구명을 위한 시민연대’(대표 이서)를 구성했고, 이번 사건을 위한 사전 준비 과정에도 이 연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북자들을 직접 지원하진 않지만, 이들의 인권보호와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한 국제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꾸준하게 활동하는 단체와 개인활동가들도 적지 않다. 프랑스 사회사 평론 편집장 피에르 리굴로씨는 유럽 내에 탈북자들의 인권침해 실상을 알리고 있으며, 미국의 방위포럼재단이나 국립민주주의기금 등은 국제회의나 세미나를 후원하면서, 탈북자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제기하고 있다. 이번 스페인 대사관을 통한 망명사건에서 미국·일본·벨기에·프랑스·독일 등의 인사들이 결합한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탈북자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연대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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