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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가족 불이익 당할까 걱정"…이산상봉 미선정자들, 사연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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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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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1년8개월만에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2일 아쉬움속에 끝났다.

60여년만의 재회였지만, 단 몇시간만의 해후를 뒤로한 채 기약없는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런 가운데 남측 이산가족들 중 아직까지 상봉에 선정되지 못한 사람들수가 무려 4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어진 가족들을 살아생전 단 한번이라도 볼 수 있을지 조차 모른채 매일 가슴을 졸이며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다양하다. 상당수는 만남의 설렘보다는 '가족을 위한 마음'이 앞선다. 실제 이들 이산가족은 "북측 가족들이 불이익을 당할깝봐 만나기가 두렵다"는 사연을 전했다. 이 외에도 저마다 담고 있는 안타까운 속사정이 확인됐다.

22일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 이후 현재까지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총 13만409명이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6만3921명은 이미 사망했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6만6844명에 불과하다.

지난 20차례 동안의 상봉에서 만남이 성사된 가족이 1만9447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도 상봉을 이루지 못한 이산가족이 상봉을 이룬 사람들의 2배가 넘는다.

뉴시스는 대한적십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이산가족 명단 중 상봉에 선정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북측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싶지만 그들이 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우려가 많았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 중인 이주옥(81·여)씨. 이씨는 휴전선으로 남과 북이 갈리면서 북측에 속하게 된 강원 통천군이 고향이다.

이씨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상봉을 한 후 북한 당국이 북에 돌아간 가족들이 남한 가족에게 받은 돈과 귀중품 등을 빼앗아가고, 조사하고 괴롭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짧은 만남 뒤에 북한 가족들이 힘든 상황을 겪을까봐 찾지도 못하겠다"고 흐느꼈다.

14살에 누나와 여동생과 헤어졌다는 동일수(82)씨는 "오래 전에 상봉 신청을 했지만 아무래도 북측 가족들이 남측에 가족이 있다고 하면 괴롭힘을 당할까봐 모른 척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4살에 함경남도 북청에서 함께 살다가 전쟁 때문에 형제들과 헤어지게 됐는데 어느 덧 65년이 흘러 82살이나 됐다. 더 늦기 전에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북측 당국에서 남한 가족에게 받은 의약품이나 의류, 금품에서 50%정도 가져간다고 한다"며 "상봉 당시 당국에서 북측 이산가족에게 정장을 제공하는데 공제차원이라는 명목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현실적인 상봉 자리 마련이 쉽지 않다면 최소한의 생사확인이나 편지라도 주고받고 싶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쟁 중 오빠와 헤어지게 된 전순근(81·씨)는 "어머니께서 생전에 오빠를 한 번만 보면 소원이 없겠다면서 평생 애만 태우다 돌아가셨다"며 "2000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이후 매번 선정이 안돼 가슴이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고, 그게 힘들면 편지라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6·25전쟁 중에 아버지와 생이별했다는 김재환(81)씨는 "매번 선정이 안 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해도 아버지 자식들이라도 만나고 싶다. 생사여부라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호식(81)씨는 북쪽에 있는 누나를 찾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재학 중이던 누나가 북에 납치된 것이다.

김씨는 "상봉 선정이 안 될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며 "다들 70살이 넘은 노인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더 자주해야 되고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고향인 함경남도에 가족들 남겨두고 남쪽에 넘어와 살고 있다는 이호재(82)씨는 "내가 여든이 넘었기 때문에 아마 부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셨을 것"이라며 "나 뿐 아니라 대부분 이산가족들이 보고 싶어 하는 부모, 형제들은 나이가 많아 숨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봉이) 간절한 사람이 적을 것이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산 가족 중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었고,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상봉에 대한 간절함이 점점 퇴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성욱 교수는 "이산 가족들의 사망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10년 후 쯤 되면 더 이상 만날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일면식이 전혀 없는 삼촌과 조카의 만남이 대다수라 과거 눈물나는 이산가족 상봉의 모습은 퇴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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