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5명의 신병 처리를 위한 한·중·스페인 3국 간의 막후 삼각 교섭이 14일 밤부터 15일 오전까지 숨가쁘게 진행됐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이 스페인 대사관 안으로 진입한 14일 낮부터 주중대사관의 채널을 전면 가동, 중국 외교부와 공안부(경찰), 사회안전부 등에 외교공세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인도주의(북한 송환 반대) 본인 의사 존중 한국행 희망시 수용 등의 원칙을 제시했고, 14일 오후 중국측의 1차 반응은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당국자는 15일, “어제(14일) 밤부터 ‘올 코트 프레싱’을 펼쳤다”며, “이미 어젯밤 중국측과 ‘북한으로는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것과 ‘주말 이전에 사건을 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들은 밤늦도록 중국 및 스페인측과 접촉하며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이들의 한국행 허용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한 외교 관계자는 “스페인측은 탈북자의 인도주의적 처리에 매우 협조적이었으나, 중국은 신속한 처리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같은 행태가 관례화되는 것을 꺼려 고민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EU(유럽연합) 의장국인 스페인은 이번 사건을 잘못 처리할 경우 쏟아질 국제적 비난을 우려한 듯, 주중대사관 관계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한국측 요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정부는 14일 저녁 직접 협상을 벌인 주중 스페인 대사관과 중국 외교부 간의 면담 결과가 긍정적인 데 무척 고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측은 또 중국 외교부 외에도 탈북자 문제의 주무부서인 공안부와 사회안전부 등과 접촉하며,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 가입국이자 올림픽 유치국인데 국제여론에 반하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며 압박을 가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한·중 양국은 이어 15일 오전 10시 실무자 간 접촉을 갖고, ‘15일 출국’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제3국 출국’이라는 해결 카드가 급한 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15일 오전 10시를 전후해서다. 그 직후 서울의 외교부 주변에서는 “오늘 중 해결될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잠시 후 베이징에서는 중국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스페인과의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삼각 협상 과정에서 난민문제 담당 국제기구인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은 직접 협상에 개입하지는 않았으나, 우리 정부로부터 협력을 요청받고 중국 정부측에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른 처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北京=池海範기자 hbjee@chosun.com
/朴斗植 기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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