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10일)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앞으로 축전과 친서를 동시에 보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조 우의를 대대로 물려주기를 충심으로 축원한다"고 했다. 혈맹(血盟) 관계라는 뜻이 담긴 이 표현은 한동안 사라졌다가 이번에 재등장했다. 북·중 관계가 복원되는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친서를 별도로 보냈다는 것은 축전에 담을 수 없는 다른 정치적 제안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북·중 관계는 2013년 3월 시 주석 취임을 전후한 시기부터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북은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했고 시 주석 취임 한 달 전엔 중국의 강한 만류를 무릅쓰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중국도 북의 금융과 무역 거래를 봉쇄한 유엔 제재에 참여하는 것으로 북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2014년 7월 시 주석이,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후 북한을 먼저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한국을 먼저 방문했을 때 양국 관계의 악화가 최고조에 달했다. 고위급 인사 교류도 끊기다시피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에 갑자기 주석 명의 친서 외에 권력 서열 5위 류윈산 상무위원을 비롯, 양국 관계를 담당해온 핵심 관료들을 대거 북에 보냈다. 앞으로 두 나라 관계가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로 이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중 관계 개선이 경계만 할 일은 아니다. 또 북이 4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북이 두 가지 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능력과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관련된 진전을 과시하기라도 했다면 이 지역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중이 이번에 이걸 막았을 수 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북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북의 핵·미사일 협박 직후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북에 대해 추가적인 긴장 조성 행위를 중단할 것, 도발할 경우 강력한 유엔 제재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던 중국이 북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것이라면 북의 진정한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북으로부터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받았는지 한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북은 그동안 6자 회담 등을 통해 대화를 하는 척하다가 걸핏하면 도발을 재개하는 행태를 거듭해왔다. 2012년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평양을 방문한 직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에도 중국을 향해 잠시 변화된 제스처를 취하다가 언제, 어떤 형태의 도발을 할지 알 수 없다. 북에 대한 현실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해야 할 역할은 핵·미사일을 갖고서는 경제도 살리지 못하고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김정은 정권에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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