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운영위원장·역사학 박사[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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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통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야, 통일 얘기 꺼내지도 마. 통일하면 우리 다 죽는다. 거지들 먹여 살리려면 다 망한다."

한 중학교에서 학생과 담임선생이 수업 시간에 나눈 대화이다.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가르치고, 선생은 "통일하면 망한다"고 가르치니 배우는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에다 장단을 맞춰야 한단 말인가. 기성세대는 어려서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며 자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통일은 망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는 정치인과 통일 문제 전문가들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수많은 통일 정책을, 학자들은 통일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것은 통일을 하려는 정책 방안이 아니라 통일을 두려워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만 해도 독일의 경우를 가정하여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경제정책을 수립하자는 취지의 참고 자료이지 현실적인 수치가 아니다. 통일 한국은 남과 북의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사회이지, 누가 누구를 먹여 살리는 사회가 아니다. 통일 비용 때문에 통일을 두려워하는 것은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 후에 있을 주택 마련과 육아 비용, 자녀 교육비 걱정 등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가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통일이라고 가르치는가. 나는 한국사를 전공한 입장에서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한반도의 상권을 가진 이들은 개성상인이었고, 무역이 가장 성행한 도시는 평안도 의주였다. 게다가 6·25전쟁 후 형성된 부산의 국제시장과 서울 남대문시장 상권은 실향민들이 장악했다. 생활력 강하고 근면하고 자립심 강하기로 남한 사람들보다 월등한 그들을 두고 누가 누구를 먹여 살린단 말인가. 지금의 북한 주민이 피폐한 것은 잘못된 체제 탓이지 결코 그들이 무능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 70년 동안 정치·경제·사회·종교 등 한국 사회 곳곳에서 주류를 형성한 것은 소수의 실향민이었다. 통일 독일도 다르지 않다. 현재 통일 독일의 대통령과 총리는 모두 동독 출신이다. 최근 독일 통일의 현장을 함께 방문한 실향민 가족 출신 대학교수는 "통일이 되면 10년 안에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에게 다 잡아먹힐 것이라는 얘기를 부모님께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고 말했다. 통일은 준비하기에 따라 대박이 될 수도, 쪽박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했고, 국민은 통일나눔펀드 참여로 호응하는 것이다.

통일과 나눔이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한 가정마다 월 1만원의 통일 적금으로 통일을 앞당기자'는 이 운동이 12만6000명이 참여한 국민운동으로 발전한 것은 경이적이다. 그간의 통일 운동이 좌우 이념 대립과 방법론을 둘러싼 논쟁 밖으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현실에서 볼 때 값진 성과다. 이렇듯 참여 열기가 뜨거운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한 통일나눔운동은 점점 더 확산될 것이다. 정부의 통일 정책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후원 세력도 될 것이다.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는 성경 말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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