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오는 10일 북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북한을 방문한다. 그는 김정은 집권 이후 방북하는 중국 측 최고위 인사다. 이번 방북 성사로 북한이 당 창건일 전후로 장거리 로켓 발사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북이 중국 고위 사절 앞이나 등 뒤에 침을 뱉기는 어려울 테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중국이 북에 가지도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북이 전술적으로나마 방향 전환을 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이 억류했던 우리 국민 주원문씨를 석방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징후로 보이기도 한다. 북은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생사 확인을 위한 접촉에도 적극 응했다. 우리 정부도 이날 "중국과 북한 간 고위 인사가 교류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금 북은 과거와는 다른 세계와 마주하고 있다. 도발하면 협상과 보상이 대가로 오던 과거는 다시 오기 힘들다. 무엇보다 북 도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인내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을 벌인다면 북·중 관계는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고 한·미·중·일·러의 일치된 대북 제재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북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면 한반도 정세에 전기(轉機)가 마련될 수 있다.

물론 북의 행태를 우리 희망대로 예측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북은 지난 2012년 중국 리젠궈 정치국 위원이 방북한 지 불과 한 달 뒤 미사일을 발사했었다. 김정은 정권이 다른 생존 방식을 택하도록 설득하면서도 그들이 뒤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항상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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