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美·中 북핵엔 한목소리, 영토·인권문제엔 이견

필요 이상 北 자극 않으려 中 외교부 발표문에선 빠져
시 "남중국해 섬은 中 영토" 오바마 "어디서든 항해·비행"
민감한 분야선 심각했지만 국빈 만찬에선 훈훈한 덕담
시진핑 외동딸 시밍쩌, 통역 자격으로 비밀리 수행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중국과 미국)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면서 "6자회담이 이뤄낸 9·19 공동성명(핵무기 포기 대가로 북한의 안전 보장과 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하고, 모든 유관 당사국들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성취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견고하게 진전시키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인 외교 무대에서 강력한 대북(對北)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4차 핵실험 등을 하면 한·미와 보조를 맞춰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때만 해도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보리 결의"를 처음 언급하며 대북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사이버 안보, 남중국해, 기후 변화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우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신화 뉴시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사이버 안보, 남중국해, 기후 변화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우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신화 뉴시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나 26일 공개한 미·중 정상회담 관련 발표문에 북한을 겨냥한 시 주석의 발언을 포함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켄트 칼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라이샤워 동아시아센터 소장)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근본적으로 변한 게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은 북한 도발과 기후 변화 등에선 한목소리를 냈지만, 남중국해와 인권 문제를 놓고는 정면으로 충돌했다. 시 주석은 "예로부터 남중국해의 섬들은 중국 영토"라고 못 박으면서 "우리는 영토 권리와 해양 권익을 보전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모든 국가는 항해와 항행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며 "미국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어디에서도 항해하고 비행하며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 문제와 티베트 탄압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우려를 표명하자, 시 주석은 "민주주의와 인권은 인류의 공통 절차지만, 모든 나라는 서로 다른 역사적 과정과 현실을 갖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상회담 때의 심각하고 경직된 표정과 달리, 같은 날 밤의 국빈 만찬은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곤경에 처했던 미군 비행기 조종사가 중국의 한 마을에서 큰 도움을 받았던 사례를 전하면서 "수십 년이 지나고 미군 조종사를 구해준 중국인은 '그는 한 손의 엄지였고, 나는 다른 손가락이었다. 우리는 형제였다'고 말했다"고 소개하면서 중국어로 '간베이(乾杯·건배)'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이번 미국 방문은 잊지 못할 것"이라며 "서해안에서 동해안에 이르기까지 미국 국민은 중국인들을 향해 선의를 보여줬고, 이 같은 좋은 감정은 반드시 모두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과 함께 헤드테이블에는 월트디즈니 CEO(최고경영자)인 로버트 아이거와 애플 CEO인 팀 쿡,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칼라일그룹 CEO이자 자선사업가인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등 재계 리더들이 함께했다.

한편 시 주석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23)가 통역 자격으로 비밀리에 아버지의 방미를 수행했다고 중화권 매체 보쉰이 28일 보도했다. 시밍쩌는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2010년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났다가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이후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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