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베이징(北京)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25명의 탈북자가 뛰어든 사건은 이들을 돕는 민간단체의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재 활동 중인 탈북자 지원단체의 현황과 역할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중국 내 탈북자 지원은 더욱 은밀해지고, ‘개인 지원’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탈북자 구호단체 소속 지원자가 개별적으로 지원하거나, 개인 지원자들이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은밀히 돕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안 당국의 감시도 심하지만 북한으로의 피랍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작년 ‘길수 가족’ 망명의 경우에도 한 개인 지원자의 노력의 결실이었고, 이번 사건 역시 개인 지원자들이 구호단체들과 연대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들은 중국 공안의 표적일 뿐 아니라 북한측 납치 등의 위협에도 노출돼 있으므로 활동이 극히 제한돼 있다. 2000년 1월 개인적으로 활동하다 북한으로 납치된 김동식 목사의 경우, 생사여부를 알 수 없다. 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탈북자 지원활동을 펼쳐온 국내 단체 사단법인 ‘좋은 벗들’도 작년 4월 활동가 5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구금된 채 가혹행위를 당한 후 강제추방됐다. 현재 탈북자 국내 입국을 도아온 한 선교단체의 대표도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25명 탈북자의 성명을 대신 발표했던 일본의 ‘북조선난민구원기금’이나 ‘RENK’(긴급구출 행동네트워크) 등의 단체도 조직적으로 활동했으나 제약이 커지면서 활동을 축소하거나 기반을 일본으로 옮겨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탈북자 지원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현재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왕래하며 지원하는 개인 활동가들이 일부 있고, 한국의 선교단체나 개별적인 활동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 활동가들도 지원활동의 제약으로 정치범 수용소 체험자 등 인권 유린의 강도가 심했던 사람을 우선적으로 찾아 보호하는 등 다수의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체포돼 연길·투먼을 거쳐 북한으로 송환되는 비운을 겪게 된다.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장기 은신하면서 돈을 모아 브로커의 도움을 받거나, 남한에서 먼저 정착한 가족의 도움을 받아 성공하는 경우다. 90년대 중반부터 중국·러시아 등에서 탈북자 지원활동을 해온 윤여상(36·한국정치발전연구소) 박사는 “제3국 거주 탈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의 ‘신변안전보장’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국제단체들이 이를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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