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 이어 4차 核실험 시사, 왜?]

전문가들 "내부 단속 위해 대외 강성 이미지 내세우고
美·中엔 '대화 나서라' 메시지… 향후 남북관계 주도 목적도"

정부 "北, 도발로 얻을것 없어"
美 "탄도 미사일 포기해야"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에 이어 제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선 것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대내외에 김정은 체제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에게 '강성대국' 이미지를 각인시켜 체제 안정을 도모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자신들과의 대화에 나서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15일 "이번 기회에 '온 세상이 반대해도 김정은 장군은 한다면 한다'는 강성 이미지를 북 주민에게 심어줘 내부 장악력을 높이고 체제 존속에 기여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과 중국 등에 '우리와 대화에 적극 나서라'는 강한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핵은 보유하면서도 경제난 타개를 위한 국제적 지원은 바라고 있다. 이른바 병진 노선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핵실험 시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안보대화에서 병진 노선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병진 노선을 포기하라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시위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대화 국면에 들어선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협이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김일성 생일 등 기념일을 전후해 도발을 감행한 만큼 이번에도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축포'를 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발을 할 경우 과거처럼 장거리미사일과 핵실험을 '한 세트'로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2009년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장거리로켓인 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한 달 뒤인 5월에 제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2012년에는 김정일 사망 1주기를 앞둔 12월에 '은하 3호'를 쏜 뒤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송 전 소장은 "북한은 이번에도 다음 달 2~4일쯤 미사일을 쏴서 당 창건일 분위기를 최대한 고조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현 교수는 "미사일과 달리 핵실험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발 등 후폭풍이 크기 때문에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실제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 시각)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위성 발사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이날 "미국, 한국 등 관계 국가들과 연계해 북한에 (도발) 자제를 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한 '8·25 합의'가 이제 막 이행 단계에 들어선 점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예단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도발) 행위가 북한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시사는 관련 연구원의 책임자급이 한 말이기 때문에 북한의 공식 입장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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