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 對北 이슈 글108만건 분석해보니…]

386과 다른 안보 新세대 "北도발엔 응징"… 怪談은 설 자리 없었다
지뢰도발 후 3주간 北비난 천안함 폭침 당시의 倍 넘어… 연평도 포격 때보다도 많아

-달라진 젊은 세대
'북괴' '빨갱이' 단어 쓰며 北향한 분노 노골적 표출
-전쟁 위협에 안 휩쓸려
'전쟁' 연관어 '사재기' 아닌 '참전' '전역 연기'가 많아
-힘못쓴 음모론 관련 글
'자작극' '아군 지뢰' 나왔지만 北비판 글이 10배 이상 많아

지난달 경기도 파주 인근의 DMZ(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을 했을 때 우리 국민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당시보다 훨씬 강하게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빅데이터 분석 결과 확인됐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온라인에 등장해 국론을 분열시키던 '자작극' 같은 괴담(怪談)은 이번엔 국민의 성숙한 안보 의식에 밀려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이는 본지가 SK플래닛·메트릭스 등 빅데이터 분석 업체와 함께 트위터·블로그·인터넷카페·게시판 등 사이버 공간에 올라온 주요 대북 이슈와 관련한 글 107만9995건을 전수(全數)조사한 결과다. 분석 시기는 DMZ 지뢰 도발 직후 3주일간이다. 이를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 등 최근 발생한 북한의 다른 도발 당시 3주간 올라온 글과 비교했다.

이번 DMZ 지뢰 도발 직후 3주간 인터넷 블로그·카페 등에는 '깡패와 북한을 다루는 방법은 동일하다' '김정은은 도대체 제정신이냐' 등 북한을 향한 분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글이 1만1602건 올라왔다. 트위터 글을 제외한 숫자다. 앞서 천안함 폭침 당시 20일치 글 4519건과 비교하면 갑절 이상 많았다. 북한이 100발이 넘는 포탄을 쏟아부은 연평도 포격 사건 때의 1만837건보다도 많았다. 지뢰 도발 때는 참전, 전역 연기 등 안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글도 2만926건이나 올라왔다.

트위터에는 북한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자작극' 같은 음모론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지뢰 도발에 높아진 대북 분노

여론조사 및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메트릭스는 8월 10일부터 20일간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게시판 등에 올라온 북한 관련 웹 문서 44만9013건을 분석했다.

DMZ 지뢰 도발 이후 '전쟁'을 언급한 글은 21만3178건에 달했다. 천안함 폭침 때의 9만5528건보다 갑절 이상 많았다. 연평도 포격 때의 13만9605건에 비해서도 증가했다. 북한이 DMZ 지뢰 도발에 이어 준(準)전시 상태를 선포하자 국민 사이에 전쟁 긴장감이 컸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터넷 민심(民心)은 전쟁의 위협과 긴장감에 굴복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전쟁'의 연관어는 '사재기'가 아니라, '참전'과 '전역 연기'였다. 블로거들은 '전역 연기 병사, 장한 대한민국 국민들' '병사들 전역 연기, 이런 게 바로 진짜 사나이!'와 같은 글을 매일 수백~수천 건씩 써서 올렸다. 천안함 폭침(7851건)과 연평도 포격(8375건) 때와 비교하면 2~3배 급증한 것이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운동권 출신 40대가 북한을 이상(理想)적인 태도로 바라봤다면 20대는 현실적인 이해관계의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자신의 현실적 문제로 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북한 문제를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대하는 '안보 신(新)세대'가 사이버 공간에서 이런 글을 많이 올렸다는 것이다.

음모론(陰謀論) 안 통했다

SK플래닛은 DMZ 지뢰 도발 탓에 대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 트위터에서 안보 관련 내용이 포함된 글 63만982건을 추출해 분석했다. 매일 평균 2만건씩 '북한'을 언급한 글이 올라오는 가운데 여기에 포함된 주요 단어는 '도발' '지뢰' '포격' 등 북한의 공격 행위를 나타내는 단어가 1~3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사건을 처음 발표하자 트위터에는 '지뢰 도발이 북의 소행이 아니다'는 음모론과 각종 괴담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목함 지뢰가 남측 거래요. 자작극의 전모가 드러나는 순간!"과 같은 음모론이 매일 100~500건씩 올라왔다. 특히 북한이 지뢰 매설을 전면 부인한 이틀 뒤인 8월 16일엔 '자작극' 또는 '아군 지뢰' 등 음모론 관련 글이 2641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 이상 확산은 없었다. 트위터에선 '도발'이란 단어를 키워드로 하는 글이 3주 동안 15만6090건에 달했다. '자작극' 관련 글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이번에도 북에 끌려다니면 대한민국은 설 자리가 없다" "도발이 터지면 온 국민이 전쟁터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두려워할 이유 없다" 등 북한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직후엔 그동안 제기됐던 '자작극'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천안함도 자작극, 세월호도 자작극, 메르스도 자작극, 목함 지뢰도 자작극… 좌파의 뇌에서는 북한 김정은에게 조금이라도 비난이 가해지려 하면 거부감이 드나 보다" "병사 두 명이 다리를 잃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자작극이라며 국민을 선동하는 무리를 공권력은 왜 나 몰라라 방관하는가" 등의 글이 음모론을 차단했다.

조일상 메트릭스 사장은 "예전에는 온라인 민심을 주도하는 20·30 세대가 음모론이나 정부 책임론에 감정적으로 휩쓸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요즘은 예전과 달리 젊은이들이 북한의 도발을 현실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