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국면' 한걸음씩 다가선 南北]

靑 "이산가족 상봉 일정부터 차분하게 추진" NSC서 논의
北김양건 "합의 기초해 대담하게 관계개선" 첫 공식언급

김양건, 지뢰 도발엔 "원인 모를 사건" 책임 부인

남북이 '8·25 합의'를 도출한 이후 '대화 모드'를 취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27일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향후 전개될 남북 대화 국면에 본격적으로 준비해 가기로 했다. 북한은 이날 '8·25 합의' 이후 처음으로 '합의 준수'와 '대담한 관계 개선'을 공식 언급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선 향후 남북 대화 준비에 대해 논의가 오갔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외교·통일·국방장관과 국정원장 등 우리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지난 25일 이후 처음 개최된 NSC 회의로 향후 대북(對北) 대화 전략 전반에 대해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의제들을 어떤 순서로 테이블에 올려야 할 것인지, 북이 요구할 의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키로 한 당국 회담을 어느 '급(級)'에서 진행하는 것인지를 놓고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논의된 내용 가운데 극히 일부만 공개했다. 한 관계자는 "이제 대화 국면의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NSC가 끝난 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근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후속 조치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며 "특히 추석 이산가족 상봉 추진 방안과 일정을 당면 과제로 협의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앞으로 후속 조치를 우선순위에 따라 차분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의 '입'을 통해 '8·25 합의 준수' 입장을 밝혔다. 김 비서는 이번 '2+2' 고위급 접촉의 북측 대표 중 한 명이었다. 김 비서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북과 남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서로의 불신과 대결을 해소하고 대담하게 관계 개선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고 했다.

김 비서는 또 "북과 남은 이번 접촉에서 이룩된 합의 정신을 귀중히 여기고 극단적인 위기를 극복한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북남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이 상당한 '폭(幅)'의 남북 대화를 원하고 있음도 내비쳤다. 그는 "북과 남은 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을 발전시켜 서로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25일 고위급 합의를 한 직후엔 지뢰 도발에 대해 '딴소리'를 했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뢰 도발을 전면 부인하면서 남북 공동 보도문과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 '북한 주민의 동요를 막는 대내(對內) 선전용'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북이 합의를 뒤집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김양건의 언급은 그런 우려에 대해 일정한 선을 그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김양건이 "사실 북과 남은 애당초 이번과 같은 비정상적인 사태에 말려들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쌍방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수록 이성과 절제를 잃지 말아야 하며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한 점이다. '비정상적인 사태'는 '군사적 비상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 사태를 촉발시킨 것이 늘 북한이었던 만큼 김양건의 말은 적어도 당분간은 '무력 도발'을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김양건은 이번 지뢰 도발에 대해 '원인 모를 사건'이라며 책임을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청와대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첫 번째 시험대로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꼽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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